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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말



3/30 우리들의 러브라이브(이하 보쿠러브)!3、감사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허둥지둥거려서 정말 죄송합니다…!여러분 덕분에 신간 완매했습니다。

좀 남겠지 싶은 심정으로 가지고 갔습니다만 설마 다 팔리리고는、정말로 여러분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감사합니다。재밌게들 보고 계신가요?


통판도 생각해봤는데、이번엔 하지 않는 쪽으로 가려고 합니다。

대신、9월에 있는 보쿠러브!5에、후편과 함께 이번 신간도 가져갈 생각입니다。이번에 사지 못하신 분들은 9월까지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이번에 거의 나눠드리지 못했던 무료본을 올립니다。

web에 올리기 위해 줄바꿈을 추가하기도 하고、방점이 빼기도 했습니다。인쇄본을 원하시는 분들은、보쿠러브!5에 조금 가져갈 생각이니、거기서 받으실 수 있습니다。


노조미쨩의 SID에서、우미노조입니다。노조미쨩이 저쪽 세계로 간 후의 이야기입니다。




본문


■□



한걸음, 또 한걸음 발을 옮길 때마다 얇은 밑창을 통해 자갈의 감촉이 전해져옵니다. 콘크리트로 포장된 도로가 그립네요. 샌들이라도 신고 왔어야 됐어요. 반성합니다.

무엇보다도, 이렇게나 멀리까지 걸어올 생각은 아니었어요。

봄의 신입생 환영 시즌도 끝나서 μ's의 연습도 한숨 돌릴 겸, 오랜만에 산책도 하고 한껏 멋도 부려봤어요. 집 주변이나 걸어다닐 생각이었지만요, 아니, 굉장히 기분은 좋았어요.

봄은 빠르게 지나가버려서, 벚꽃을 즐길 틈도 여유도 없었으니까 한층 더 그렇게 느끼는 거겠죠. 휘파람새가 지저귀는 게 여기저기에서 들려오고, 이따금 불어오는 산들바람에선 풀과 나무의 푸른 향이 감돕니다. 곧 장마가 옵니다. 늦기 전에 햇빛을 충분히 받아두지 않으면 안 돼요. 풀도 꽃도, 사람도.

눈을 감아버리기엔 아까워요, 라고 전부터 말해왔지요. 보이지 않는 것들 보지 않으려고 하는 건 과분합니다。

그렇게 말해왔으니 저는, 열심히 모든 것들을 제대로 보려고 하는 겁니다. 보고 싶지 않더라도, 믿고 싶지 않더라도. 하늘을 빤히 쳐다봤습니다. 나뭇잎 그늘에 숨어있는 누군가를 찾았습니다. 칸다묘진의 기둥문 옆에는 작은 신님이 앉아있다고 하니, 아침연습 전에 제대로 인사를 드리고 있어요.


「우미쨩은 예의가 바르네」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기도라도 드리면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아! 그렇게 말하며 호노카도 어울려줍니다. 동기가 다소 불순하지만, 호노카답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라고, 제가 뭐라고 말할 처지는 아니네요.

아무리 하늘을 쳐다보고 있어도, 용궁님은 보이지가 않습니다. 이파리 아래에는 있다고 하던데, 저건 거짓말인가요? 저는 만나본 적이 전혀 없습니다. 신님도 마찬가지에요.

지금 이렇게 걷고 있자니 바람신님과 마주한다는 생각에 설렙니다만, 아직도 그 모습을 보지 못한 채로, 이렇게 먼 곳까지 와버렸습니다.

저기, 노조미.

저는 언제쯤이나 되어야, 얼마나 걸어야, 당신과 만날 수 있을까요?

혹시 제가 찾지 못했을 뿐, 이미 곁에 있는 건가요? 찾아내지 못하는 저를, 쿡쿡 장난스레 웃으며 바라보고 있는 건가요? 스피리츄얼 파워가 모자라데이, 라고 말하면서. 라니 끔찍한 이야기네요.


이제 나와줘도 괜찮잖아요?



당신이 이 세계에서 사라지고나서, 또 한 달이 지났습니다.






□■




노조미는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오토노키자카 졸업식 그 다음날의 일이던가요? 편지 하나 없이, 나중에 알아보니 지갑은 커녕 옷가지 하나 사라진 게 없다고 합니다. 마치 납치라도 당한 것처럼.

사건은 경찰에서 착수했습니다. 무슨 사건에라도 휘말려 상처라도 입었다면, 이라며 μ's의 모두도 열심히 찾았습니다. 졸업했더라도 노조미는 소중한 친구이니까.

하지만, 노조미가 실종자 리스트에 올라가고, 그 책을 탁 닫을 때까지, 그다지 긴 시간이 걸리진 않았습니다.

찾으려고 해도 증거가 없습니다. 밤에 들어왔다. 그런데 아침에 사라졌다. 그 뿐입니다. 경찰을 찾아보려고 해도, 실마리조차 잡지 못했습니다.

에리가 감정을 억누른 목소리로 μ's 멤버에게 수사를 중단했다고 전했을 때. 저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너 말이지!!」


마키가 멱살을 잡았을 땐 역시 괴로웠습니다. 리본을 묶은 부분이 날아가버렸습니다.

눈물 맺힌 연보라빛 눈동자 속에는, 짐승이 송곳니를 번쩍이고 있었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되나, 라고 저는 직관적으로 생각했습니다. 이상한 소리를 해버린다면, 이 상냥한 짐승에게 물려죽고 만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인이 사라진 거라고!? 그런데 어떻게, 그런 멀쩡한 얼굴을 할 수 있는 거야!?」

「멀쩡할 리가 없습니다. 굉장히 슬퍼요」

「하? 거울을 보고 같은 말을 할 수 있다면 난 당신을 경멸할 거야」


내팽겨칠 기세로 옷깃이 놓여서, 저는 창문에 비친 제 표정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밤의 학교의 창문에 비치는 것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저였습니다.


「……정말로 아무 일도 없었던 거지, 우미?」


저는 깊이 끄덕였습니다. 에리가 생각을 억누르며 물어본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노조미가 없어진 전날 밤, 그녀와 같이 잔 것은 저이니까요. 저는 다시 한 번 끄덕였습니다. 「노조미는 평소대로였습니다」사정청취에서 경찰에게 몇 번이고 같은 말을 자아내면서.


저와 노조미는 사귀는 관계였습니다. 노조미가 사라진 밤도, 그녀의 방에서 같이 잠을 잤습니다.

그래서 저는 중요 참고인으로서 몇 번이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처음엔 왜 같이 잤냐는 것, 부터. 저희들의 관계는 흔히 말하는 소수자이므로, 어느 정도 이상의 이해를 받기까진 꽤 고생했습니다. 어느 쪽이냐고 한다면, 그 이해를 받기까지 걸린 시간이 많았다는 편이 좋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저는 경찰들에게 말했습니다. 노조미는 아무것도 변함이 없었다. 눈을 떠보니 없었다, 고.

제가 끄덕이는 걸 보며, 호노카는 결의를 다지고 말했습니다. 울어서 퉁퉁 부은 눈에는, 슬픔과 비슷한 정도로, 아쉬움이 배어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경찰이 수색을 중지하더라도, 호노카는 계속 찾을 거야. 노조미쨩을 찾을 때까지, 계속!」


호노카에 이어 끄덕인 것은 코토리와 하나요. 린은 눈을 슥슥 비비며 임전태세라고나 할까요? 니코와 에리도 비통한 표정이지만 다음 단계를 보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마키는, ……노려보고 있었네요.

저는 이상하게 웃음이 터져나올 것만 같았습니다. 그 자리에선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었지만, 걱정된다며 바래다 준 호노카와 헤어지고 나서 집에 돌아온 다음, 한바탕 웃어버리곤 말았습니다.

아니 우습지 않나요? 노조미가 사라진 이유가 납치, 라니. 노조미가 아무 말없이 사라진 이유는 하나밖에 생각할 수 없습니다.


노조미가 보고 있던 세계는 불가사의하리만큼 정해져 있습니다.


노조미가 말없이 사라진 것을, 말해도 믿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노조미는 곧잘 말하곤 했습니다. 에리치와 니콧치는 말이제, 바람신님도, 용궁도 믿지 않는데이. 거기가 둘이 그리는 곳인데 말이제.

실제로 둘은 노조미가 사라진 이유를 모른다. 오히려 찾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라니 목표가 틀려먹었잖아요? 노조미는 이런 말도 했습니다. 모두 이렇게 가까이에 같이 살고 있는데, 보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건 쓸쓸하제, 우미쨩?

실은, 저도 에리들과 마찬가지로 노조미가 보던 죽은 사람들은 본다고 한다면 거짓말입니다. 노조미가 문득 시선을 돌릴 때, 같은 곳을 보더라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저는 노조미가 좋았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이 사는 세상을 보는 노조미가 좋았습니다.

그래서, 노조미가 사라진 아침, 눈을 뜨고 보니 아무도 없는 침대를 봤을 때, 아, 저쪽으로 끌려갔구나, 라는 납득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혹시 그녀가 원해서 따라간 것은 아닌가, 라고도 생각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 날은 고교생 최후의 날이 밝은 겁니다. 이 세상의 아이라고 마지막으로 불릴 수 있는 날이었겠지요.

수사가 중단된 그 날 밤, 이불에 기어들어가고, 저는 곧 잠들었습니다. 굉장히 안심했습니다. 푹신푹신한 이불은 안정감을 줍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사라져도, 변함없이 저를 감싸줍니다.

노조미가 제 방에서 묵은 적도 있습니다. 이불에 감싸여 아침까지 정을 나눈 밤도 있습니다. 자그마한 일인용 이불은, 저희들의 비밀기지입니다. 평소에는 말하지 못한 것들도 말할 수 있고, 들을 수 있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아니, 옆자리에 허전하게 되더라도, 저는 행복했습니다. 저는 믿고 있습니다. 제가 보지 못하더라도 노조미는 반드시 그곳에 있고, 고양이처럼 몸을 웅크리고 자고 있을 테니까요. 제가 안아주는 것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꼭 껴안듯이 안개를 붙잡으면, 거봐요, 간지러운 듯한 노조미의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앞으로 노조미가 없는 나날들을 보내야 되겠지만, 아무것도 두렵지 않습니다.


「엄마 같은 우미라고 불릴 정도니께 말이제, 우미한테는 모두가 돌아온데이. 게다가 스피리츄얼 파워도 있고 말이제」


비밀기지에서 노조미는 설득하듯이 말했습니다. 그 목소리가 너무도 온화하고, 마치 노조미 자신이 엄마 같은 우미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습니다,

저는 기뻐졌습니다. 엄마 같은 우미, 뒤이어 저는 제 이름을 떠올리며. 요즘 아이들조차도 속지 않을 말장난에 들뜬 것을 알곤, 상냥하게 웃는 노조미였습니다.


「게다가, 그 글자를 가지고 있는 우미쨩도, 많은 파워가 지켜주고, 괜찮데이, 괜찮데이」


노조미가 이렇게 말해주어서 괜찮습니다. 노조미의 친구들이 분명 저를 지켜줄 겁니다. 그것만으로 얼마나 든든한가요?

그래서, 저는 잠의 늪에서 꿈으로 뛰어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노조미가 없는 밤을 혼자 헤엄쳐갑니다.


■□






실은 에리에게는 거짓말을 했습니다.

거짓말 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만, 아니, 자기자신이 원래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여겼습니다만, 막상 말해보면 쉽게 나오는 거라고, 그 때 처음 알았습니다. 에리에게 말한들 믿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진실을 말하지 못했을 뿐――이걸로는 핑계가 되어버리네요. 하지만, 이유라고 대기엔 정답과 가장 가까운 표현입니다.

노조미가 없어질 거라는 전조는 있었습니다.

노조미가 사라진 밤이었습니다. 둘의 비밀기지 안에서의, 비밀 이야기입니다. 믿고 안 믿고를 떠나서, 역시 다른 사람에게 말할 것도 아니네요.


「우미쨩은 내가 사라진다면 외로울까?」



태어난 그대로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침대의 감각은 어떻게 그렇게나 기분이 좋은 걸까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로 섬유가 휘감겨 떨어지질 않습니다. 둘이서 나눈 온기를, 저는 결코 평생 잊지 못하겠지요.


「그걸 저한테 물어보기인가요?」

「왜냐면 듣고 싶데이. 우미쨩 그런 말 하는거, 맨정신으로는 못하는 말이니께」

「사람을 취한 것처럼 말하지 말아주세요」

「그럼 말이지, 아까 내가 우미쨩 위에 있을 때는」

「노조미!」


말을 막는 게 정답이었습니다. 큭큭거리면 웃는 노조미의 얼굴은 장난스러운 어린이 같았으니까요.

말하지 않는 대신에 저는 노조미의 입술에 살짝 키스했습니다. 노래가사를 만들고 있는 주제에, 중요한 때에는 벙어리가 되어버리곤 마는, 이 입술로.


「비겁하네……」

닿아있었을 뿐인데, 점점 억누르는 것처럼. 먹어치울 듯이 재촉하며 윗입술을 부드럽게 핥았습니다. 까칠까칠한 혀의 감촉이 기분이 좋다는 걸, 가르쳐준 것은 노조미 뿐입니다.

밤의 정적 속에서, 찰박찰박거리는 소리와 얕은 호흡만이 울려퍼졌습니다.


「가르쳐줬다니, 괜찮네」


키스와 키스의 틈마다 흘러나오는 노조미의 애타는 모습을, 저는 구태여 못본 채하며 입맞춤을 계속했습니다. 목덜미를 타고 내려가면, 달콤한 목소리가 노조미의 애타는 모습을 흘려보내줍니다.


「노조미라고 한들 가르쳐주지 않았죠?」

 

잠시 휴식. 줄곧 같이 있어주는 거겠죠. 이마를 맞대고 물어보면, 아무 대답없이 조르듯 입술 위를 향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입술에 제 입술을 갖다대는정도입니다. 당신에게 하고 싶지 않은 말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

확실히 저는 노조미와 마주보며, 적극적이게 사랑의 말을 속삭여본 적은 없습니다. 왜냐면, 부끄러우니깐요. 감정이 들떠버릴 때에나 생각없이 중얼거리곤 맙니다만, 기본적으로 이성이 제 입을 틀어막아버린다고요.

그렇지만 지금만큼은 달랐습니다. 말해선 안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말해버린다면, 뭔가가 확정적이게 되어버릴 것만 같아요. 확신이 드는 무언가가,저의 말을 되밀어냅니다.

말따윈 필요없습니다.

입에서 나와버리고 사라져버리는 소리의 나열은, 이 몸에 묶여있는 한 영원한 것이니까요.

그러니 저희들끼리는 전해질 것, 이라고 생각하며 입술을 겹치는 겁니다. 알고 싶다고 바라면서. 인간으로서 있는 주제에 바보같이 말은 섞지 않는 저희들은, 그대로 짐승처럼 겹치게 되는 겁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노조미. 내일 봐요」


하얀 시트에 축 늘어진 몸을 맡긴 노조미는, 기분 좋음 그 너머로 가버린 것 같습니다. 입가에 손을 갖다대면 쌕쌕거리는 규칙적인 미풍이 땀에 젖은 손을 식ㅎ줍니다. 살아있었구나. 다행입니다.

지금이 되어선 어떤 게 좋았던 걸까 살짝 속이 메슥거립니다. 다음날 아침에 노조미는 없어진 채였습니다. 어른이 되어선 갈 수 없는, 어렴풋한 세계로 여행을 떠나버렸습니다.

또 다시 날이 밝았다, 고 말하지 않았던가요?

노조미는 모르겠찌요. 그 이후로 제가 어떻게 해왔는지도요.

잠깐 일어나있자면, 혹시. 노조미가 

잠깐 일어나 있어준다면, 혹시. 노조미가 사라지고 나서부터 그런 상황을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가 지웠다가, 무정한 나날을 보낼 뿐이었습니다

전해지지 않은 말은 제 몸 속으로 돌아와서, 꼼짝하지 않고 있습니다.힘겹게, 저는 혼자가 되었습니다.




 

□■



 


늦봄의 기운을 느끼며 따분한 채로 걷고 있던 저는, 어느샌가 어떤 공원으로 더듬어갔습니다. 벤치와 미끄럼틀, 의미없이 흔들리는 그네. 꽤나 쓸쓸한 공원이죠? 눈길을 끄는 것이라고 한다면 양팔을 둘러도 감을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벚꽃나무입니다만, 유감스럽게도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꽃놀이 장소를 찾는 간사마저도, 지나쳐버릴 운명이었습니다. (※역주 : 간사는 회사의 중역정도입니다.)

저도 노조미도, 그 공원이 좋았습니다. 조용하고 느긋하게 있을 수 있으니까요. 둘이서만 있고 싶을 때라던가 자주 이용해왔습니다.


「이런 잊혀진 장소에선 말이제, 모두가 느긋-하게 쉴 수 있데이」


벤치에 앉아, 어깨를 맞대어 무위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노조미는 때때로 저 멀리를 바라보곤 즐겁다는듯이 웃고 있었습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보이지 않게 되는 모두가 거기에 있는 거겠죠. 놓여있는 장식품 취급을 받는 건 조금 슬핍니다만, 노조미가 행복할 수 있다면 그걸로 괜찮습니다. 저쪽 편을 볼 수 없는 제가, 쫓아갈 수 없을 뿐이니까요.

저희들이 예전부터 앉아있던 벤치에는, 때를 지난 벚꽃의 잔해가 쌓여있었습니다. 끝이 가늘게 갈라진 표면의 뿌리에도, 확실히 연분홍빛이 깔려있습니다. 개미도 보세요, 보이고요. 정리의 손길이 닿지 않는 이 장소에도, 또 새로운 생명활동이 시작되려고 하네요. 사람들에게 잊혀졌더라도, 세계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연스럽게 돌아갑니다.

저는 벤치를 한 번 어루만지며, 눈 앞의 벚꽃나무를 바라봤습니다.

울창하게 퍼진 잎이 하늘을 가리고 있습니다. 분명 벛꽃이 피는 시기에는 얇은 벛꽃이 하늘을 덮었겠죠. 그저 상상일뿐이지만, 굉장히 아름다운 경치이지 않나요?

――노조미와 둘이서 본 것은, 영원히 이루어 지지 않네요.

일어서니 휘청하고 현기증이 납니다.저는 생각지 못하게 나무줄기에 손을 짚습니다. 하지만 짚은 곳이 안 좋았나봅니다. 혹시 노조미가 말하는 모두의 나쁜 장난일지도 모릅니다. 빼빼한 표면에 닿는 순간, 제 손은 미끄러져 버려, 자세가 무너진 저는 나무줄기에 이마를 찧는, 아이돌답지 않은 실수를 해버렸습니다. 이마가 지끈거립니다. 혹시 피가 나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이런 때에는 대개 아무런 의욕도 나지 않네요. 평소의 저였다면 손을 고쳐짚을 테지만, 오늘의 저는 조금 달랐습니다. 아무런 의욕도 나지가 않아요. 손을 고쳐짚어 자세를 추스를 생각조차도 나지 않습니다. 몸이 무겁습니다. 너무 걸은 탓일까요. 아직도, 수행이, 부족한 탓, 입니다.

현기증이 사라지지 않아요. 아니, 시력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을 터입니다. 세계는 깔끔하게 흔들림없이 보입니다. 평소의 세계에요.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지 않는 세계뿐이었습니다.

빙글빙글 도는 것은 제 세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무것도 정리되지 않습니다. 중추가 작동하지 않는듯한 느낌입니다. 공허함을 재료로, 대체 뭘 생각하면 좋은 걸까요?

저는,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뭘 잃어버렸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노조미? 그럴 리가 없습니다. 노조미는 언제나 제 곁에 있습니다. 그게 노조미 본인이 말하던 것입니다. 저쪽 세계는, 언제가 저희들의 세계와 맞닿아있다, 고. 게다가 노조미는 여기에 있습니다. 마음 속에, 영원한 존재로서.

그런데, 알고 있는데. 어째서.

대체 왜, 추억 그 근처에 뻥 뚫린 구멍을, 저는 줄곧 메워내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늦봄의 바람이 머리카락을 쓸어줍니다. 머리카락이 하나, 입 안에 들어왔습니다. 뱉어내려고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비벼내지만, 머리카락은 복잡하게 얽혀 입 속으로 들어올 뿐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불편한 느낌에 토해버렸습니다. 우웩, 하고 위부터 치솟아오르는 충동을 억누르지 않고, 침을 뱉어냈습니다. 머리카락은 나왔습니다. 다만, 메스꺼움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끄으으으, 하고 소리라고 할 수 없는 소리가, 목구멍을 통해 나왔습니다. 마치 이성을 잃은 짐승과 같았습니다. 먹이에 굶주린 육식동물이었어요.

일반적으로 생각해보면 곧 알았을 터입니다. 없어져버리면, 어무것도 전해지지 않는다, 는 것을. 전해줄 방법은 없다, 고.

손이 맞닿아야 무언가가 전해지는 거겠죠. 입술을 맞추며 이해한 것은? 몸을 겹치며 쾌락 이외의 무엇을 얻을 수 있었단 말입니까?

그게 사랑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확실한 건, 이 세상에는 더 이상 없으니까요.

던진 말은, 이 세상 너머의 편으로 던져진 채로, 사라져갑니다. 확인할 방법은 없습니다.

저는 노조미의 세계를 볼 수 없으니까요.

저는 없어졌기에 더욱, 노조미를 믿고 있습니다. 물론 그녀가 사랑했던 세계도. 그러니 저는 믿고 있습니다. 노조미는 지금, 보이지 않을 뿐이지 곁에 있으리라고요.

노조미가 사라지고 저는 울지 않았습니다.

이쪽의 세계에 있을 때부터 언제나 그랬습니다. 노조미는 제 미묘한 움직임에는 굉장히 민감해서, 제 자신조차도 눈치채지 못한 불안감을, 그녀는 살포시 떠올려 감싸안아주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애네. 그렇게 말하며, 살짝 손을 잡아주었던 겁니다.

그런 노조미였으니까, 제가 울어버린다면 걱정하게 되겠죠. 약해빠진 저는, 분명히 응석쟁이입니다. 응석을 부리는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그렇기에, 끊임없이 노조미에게 기대어버립니다.

그것만큼은 싫었습니다. 제가 가지는 미련은, 저쪽 세계로 가지 않았으면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노조미와의 추억을 가슴에 안고, 남은 계절을 혼자서 걸어가야 되는 겁니다. 노조미가 저쪽 세계에서 웃으며 지낼 수 있도록, 저도 웃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런 곳에서 멈춰버리면 안 된다고요.

알고 있습니다. 한 달도 전에 결심한 것입니다. 계속 다짐해온 거니까요.

그렇다면 이런 걸로 농땡이를 피울 때가 아니다, 라고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탁해진 사고에 휩쓸려서 액션을 취할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모노톤의 의식 속에서, 추억의 파도에 휩쓸려서, 공허한 후회가 제 체온을 점점 뺏어갑니다. 차가워진 몸은 어떻게 하더라도 따뜻함을 찾으려고 합니다. 흰 시트 안에서 흩어져버린 확실한 것을, 갈망하게 되는 겁니다.

없어지고 나서야 깨달은, 어리석은 짐승이 여기에 있습니다.

제발 비웃어주세요. 미움받는 것이 무서워서, 끈을 매듭짓는 법을 틀러버린 저를. 얼굴을 보며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한 저를. 노조미가 자는 동안에만, 사랑한다고 속삭일 수 있었던 약해빠진 저를.


――말따위는, 전해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건데.

――약속은 둘이서 하는 거라고, 혼자가 되어서야 깨달았습니다.


알아차리고서야, 폭삭하고 줄기에 이마를 기대어버립니다. 딱딱한 표면이 상처를 넓히는 느낌이 듭니다. 혹시 흉터가 남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상관없나, 라는 생각이 가슴 한 편으의 제가 추잡스레 웃고 있었습니다. 어차피 지켜봐줄 사람을, 저는 볼 수 없으니까요.

 

벚꽃나무 아래에는 시체가 묻혀있다.

누가 한 말인지는 까먹었지만, 확실히 진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벚꽃나무의 줄기에 기대어 사라져버린 노조미를 떠올립니다. 겹쳐진 생각을 모아서 마음의 영사기로 비춥니다.

 

그게 뭔가가 된다는 겁니다.

 

만지지도 못하고, 말하지도 못하고, 몸을 섞지도 못하고, 걱정조차도 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를 같이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 같이 걷지도 못합니다.


그건 이제, 시체나 다를 바가 없잖습니까.


보이지 않는 당신을 안고, 살 수 없을 정도로, 저는, 당신을.

 


마지막 밤에 이야기한「내일 봐요」는, 노조미에게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그 후의「사랑해요」도 분명, 밤공기에 녹아서 가라앉았겠지요.

그래도 바라는 바를 떨쳐낼 수 없습니다.

다시 당신을 만나는 것을. 그리고 이번에는 부끄러워하지 않고 전해주고 싶습니다, 맺지 않은 약속을.


 

어리석은 짐승은, 인간이 되어갑니다.



뺨을 타고 떨어지는 한줄기의 물방울은, 흩어진 벚꽃 위에 떨어져 튀었습니다.

흩어져버린 마음은, 마치 저쪽 세계에 간 듯이 사라져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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