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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약속

도서관알바 2017. 9. 5.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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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전학만 다녀서, 친한 친구라고 할 만한 친구는 없었다.

하지만 내 안에 강렬하게 인상을 남기고 간 아이가 있다.


그건 초등학교 저학년쯤이었다고 생각한다.

칸다로 이사 온 지 아직 하루도 안돼서, 학급에 익숙해지지 못한 나는 혼자 하교하고 있었다.


집에 돌아가도 아무도 없으니 더욱 외롭게 되어 버릴 것 같아, 그날은 돌아다니다 갈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돌아가는 길에서 조금 벗어난 곳을 걷다 보니 작은 공원을 발견했다. 주택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인데다가 주위가 나무에 둘러싸여 있으니 조금 비밀 기지 같아. 비밀 장소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두근두근하며 공원에 들어서니 외로운 듯 그네에 앉아 있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나와 비슷한 나이일까?


항상 스스로 먼저 말을 걸지는 않았었지만, 봐본 적 없는 예쁜 머리색을 한 아이에게 왠지 흥미를 느꼈다.


"무슨 일 있어?"


금색의 머리카락이 살짝 흔들리고 눈이 맞았다.

그 눈동자는 아주 맑고 예쁜 하늘색이었고 보물처럼 소중히 하고 있는 구슬과 닮아 있었다.


그녀는 갑자기 모르는 아이가 말을 걸어서 놀랐는지, 그 유리알 같은 눈이 쏟아질 듯 크게 눈을 떴다.

아마 나도 지지 않을 정도로 놀라고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런 인형처럼 예쁜 아이 처음 봤기 때문에.


"이제 곧 친구와 바이바이 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어딘가 가는 거야?"


"응. 할머니가 있는 러시아라는 곳으로. 아주 먼 곳이야."


어린 시절 나는 러시아가 얼마나 먼 나라인지 몰랐지만, 외국이라는 것은 알았다. 일본이 아닌 곳에 간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지만..


나는 저 애보다 헤어졌어야 했던 일이 많았으니까, 그 외로움을 알아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이 아이의 행선지는 외국. 틀림없이 너무너무 괴로울 거야.


───내가 뭔가 해야 해.


자신과 같은 외로움을 안고 있는 그 아이를 어떻게든 해주고 싶었다.

처음 만난 아이인데, 왠지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그럼 그 먼 곳에 가기 전에 즐거운 추억 많이 만들면 되잖아! 그러면 외롭지 않을 거야."


"그래?"


"응, 꼭 그럴 거야! 난 토죠 노조미. 괜찮으면 친구가 될래?"


근거 없는 자신만만한 격려와 자기소개를 하고는 손을 내민다.


"나는 아야세 에리. 토죠 잘 부탁할게."


───아야세 에리쨩.


이 이름과 서로 꼭 잡은 손의 온기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은 그대로 공원에서 놀았다. 그네를 타고 신발 날리기를 하거나, 모래밭에서 성을 만들거나, 시소 타기를 하니, 순식간에 주위가 어둑해져 있었다.


"이제 슬슬 돌아가야겠네."


"그러네. 진흙 투성이가 됐어."


둘 다 서로의 얼굴을 봤다.


""푸..하하하~!""


"노조미 이상한 얼굴."


"에리치도 이상한 표정."


친해지는 건 눈 깜짝할 사이였고 호칭도 자연스럽게 <노조미> <에리치>로 바뀌어 있었다.


"그럼 노조미. 바이바이"


"응. 에리치, 바이바이. 내일 봐."


재빠르게 내일도 놀기 약속을 하고, 들뜬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다녀왔습니다."


쥐 죽은 듯이 고요한 집. 차가운 방. 단숨에 외로움이 치밀어 올라왔다.

아까까지의 일은 꿈이라고 말하듯 집에 돌아오니 외톨이라고 깨닫게 된다.

하지만, 진흙 투성이인 자신의 손을 보고, 꿈이 아니었던 것을 실감한다.


───정말, 정말! 재미있었어.


진흙 투성이 손을 씻어 버리는 것이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빨래를 걷고 접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깨끗이 씻어 냈다.



빨래를 개는 게 끝나니"꼬르륵"하고 배가 소리를 냈다.

───그러고 보니 많이 놀았구나.


냉장고에서 어머니가 넣어 둔 찬 밥을 꺼내서 레인지에 데워서 먹는다.

항상 별생각 없었는데. 이 날은 너무 쓸쓸해져 버려서...

밥 먹기를 관두고 나의 보물 상자가 되어버린 벽장으로 향했다.


전의 집 근처에 있던 신사의 부적과 독특한 모양의 돌, 조개껍질..

다른 사람으로 보면 잡동사니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상한 것을 좋아했던 내겐 반짝반짝 한 보물이었다.


그중에서도 마음에 드는 것은 예쁜 하늘색의 구슬.


꺼내어 방의 형광등에 비추어 보았다.


"에리치..."


구슬을 보고 있으면 에리치의 눈동자가 확실히 떠올라 이 구슬이 더 좋아졌다.


조금 기운이 생겼기 때문에 남은 밥을 먹었다. 그 후, 설거지를 하고, 욕실 청소를 하고, 물을 받아서 목욕도 하고 빨리 자신의 침대에 들어갔다.


───내일이면 또 에리치를 만날 수 있어.


그 구슬을 담은 주머니를 쥐고 내일은 무엇을 하고 놀까,라는 생각을 하며 잠이 들었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나와 에리치는 매일 놀았다.

에리치와 보내는 시간 덕분에 점점 외로운 감정이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문뜩 깨달았다.


───어라? 그러고 보니, 에리치 멀리 가버리는 거지.


에리치와 노는 것이 너무나 즐거워서,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달아 버린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고, 너무너무 외로워져 엉엉 울었다.


원래는. 에리치가 외로워하지 말라고 내가 격려한 것이었을 텐데. 어느새 이렇게 되려 격려 받고, 떠나 버린다는 것에 이렇게 외로워하고 있어.


"헤어지고 싶지 않아."


헤어지기 싫다고 아무리 바라더라도 에리치는 곧 먼 곳에 가버린다.

그건 바꿀 수 없는 일이지만...



───그래! 



무언가를 떠올린 나는 저금통에서 5엔 동전을 두 개를 꺼내고, 항상 학교에 가져가지 않는 지갑 속에 그것을 넣어두고, 몰래 가방에 챙겼다.







다음 날, 종례시간이 끝나고 바로 그 공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조금 후에 에리치가 공원에 왔다.


───응? 왠지 나를 보고 조금 슬픈 표정을 한 느낌이 들었는데..


"노조미, 빨리 왔네."


곧 언제나처럼의 에리치로 돌아가서,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오늘은, 가고 싶은 곳이 있어 따라와!"


"노, 노조미. 잠깐 기다려."


에리치의 손을 꼭 쥐어 조금 빠른 걸음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잡은 손은 처음으로 악수했을 때보다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신사?"


"그래, 칸다묘진이라고 말해. 오늘은 있잖아, 신에게 소원 빌러 온 거야."


신사와 절을 좋아했었던 나는 이사하자마자 집 근처에 있는 신사와 절을 찾으러 가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칸다에 이사 왔을 때도 바로 이 신사를 찾아냈다.



"뭘 부탁하려고?"


"그건 말이지, 비밀! 빌 소원은,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면 안 되니까."


"노조미 치사해."


"미안해. 그렇지만 아무래도 에리치와 오고 싶었어."



그래. 지금은 멀리 가버릴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다시 에리치와 만날 수 있도록, 반드시 부탁하고 싶었다. 이름만 말한다면, 신이 다른 에리치를 데리고 올지도 모르니까, 꼭  에리치와 같이 오고 싶었어.



"그럼 부탁하러 가자."


"그치만 신에게 부탁할 때, 돈 줘야 하는 거지? 나 가지고 있는 게 없는데."


"후후! 노조미에게 맡겨보시길! 자아, 에리치에게 줄게."


"에, 괜찮아. 엄마가 다른 사람한테 돈 받거나 하면 안 된다고 하셨는걸."


"이건 내가 하자고 한 거니까 괜찮아. 나 때문에 쓰는 거야."


"그, 그건 억지잖아."


"괜─찮─아! 자, 가자. 에리치."


"노조미는 고집쟁이. 치사한 고집쟁이."


"아, 아, 안 들려."


"... 고마워."




짝짝



정성스럽게 소원을 빌고 옆을 보니 에리치는 또다시 소원을 빌고 있었다.


───나보다 에리치 쪽이 빌 소원 많았잖아.


열심히 소원을 비는 에리치. 평소 볼 수 없는 눈을 감고 있는 얼굴.

그 예쁜 눈동자가 보이지 않아도 이렇게 예쁘고, 에리치는 약았네, 하고 생각하는 사이에 에리치가 고개를 들었다.



"미, 미안. 노조미는 벌써 끝났구나."

"그렇게 많이, 어떤 부탁한 거야? 에리치는 욕심쟁이였네."


너스레를 떨며 놀리자


"아냐! 부탁은 하나뿐이야."


그 말에 조금 놀랐다.


"열심히 부탁했더니 오래 걸렸을 뿐이야."


고개 숙이며, 그렇게 중얼거리는 에리치. 더 이상 놀리면 울어 버릴 것 같아서, 말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 언제 외국으로 가는 거야?"


흠칫 어깨를 떨며 놀란다. 마치 처음 만난 때 같았다.

너무 오래 아무 말도 안 하고 있기 때문에 묻지 말았어야 했는지 조금 불안해진다.




"실은..."


"응?"



"실은 내일 가."


"응?..."


알고는 있었지만, 생각보다 가까이 다가온 헤어질 시간에, 말이 나오지 않았다.


"미안. 사실 처음에 말하는 편이 좋았을 텐데. 노조미와 있다 보니까 내가 멀리 가는 걸 잊어버릴 정도로 즐거웠으니까. 좀처럼 말하기가 쉽지 않아서..."


───싫어, 가지 마. 더 함께 있고 싶어.


말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하지만, 노조미 덕분에 매우 즐거운 추억이 많이 생겼어! 고마워, 노조미... 정말 고마웠어."


우는지 웃는지 모르겠는 얼굴로 필사적으로 말하는 에리치.



───이런 분위기에서 말하면 정말 앞으로 계속 만날 수 없는 것 같잖아.


───그런 건 싫어!!!


───왜냐하면 나는 신에게 부탁해 버렸는걸.





───또, 반드시 다시 에리치를 만나게 해주세요.라고


───아무리 떨어져 있어도, 아무리 늦어도 다시 한번 에리치와 만날 수 있도록 해주세요.라고.


그러니까


"에리치. 나도 정말 즐거웠어. 에리치를 격려할 생각이었는데 내 쪽이 격려 받았네."


"그렇지 않.. "받았어."


"나는 말이야, 전학만 다녀서 친구가 적었어. 그러니까 이렇게 친해진 것은 에리치가 처음이야. ... 그래서 말인데, 부탁이 있어."


"뭔데?"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 줄래?"

···



"으, 응!"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내 첫번째 친구. 혹시 나도 울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에리치 알겠지? 가장 친한 친구니까. 가장 친한 친구를,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건, 나는 싫으니까..."


그리고 옷 주머니 안에 있는 물건을 꺼냈다.


"이거 줄게."


"작은 주머니네. 뭔가 들어 있어."


"열어봐."


에리치의 손바닥에 나의 보물이 똑 떨어졌다.


"예쁘다..."


"이거 말이야, 나의 보물이야. 그래서 반드시 돌려주러 와!"


에리치는 또 울먹이게 되는 것을 꾹 참고.


"물론. 반드시 돌려주러 올게!"


라면서 활기찬 미소로 대답했다.


그리고 "바이바이"가 아니라 "또 보자"라고, 언제나처럼의 인사를 나누고. 다음날 에리치는 먼 곳으로 가 버렸다.







────────────몇 년 후


오늘은 고등학교 입학식.

7,8년 만에 온 칸다는 바뀌어 버린 곳도 있지만, 반갑게 느껴지는 곳도 남아 있었다.


"돌아왔어요. 또, 신세 지게 됐네요."


짝짝



추억의 칸다 묘진에 참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다.


"다녀왔습니다."


아무도 없는 방. 예전과 다른 것은 몇 시가 되어도 혼자인 그대로라는 것이다.

그래. 나는 자취를 시작했다.

부모님께 조금 떼를 쓰며 허락받았다. 생활비는 스스로 벌지 않으면 안되지만 계속하고 싶었던 일이고 후회하지 않았다.

불안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잘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터벅터벅 방에 가서 놓여있는 침대에 쓰러졌다.


───내일은 일단 짐 풀려고 아르바이트 찾아야겠네.


나도 이제 고등학생. 전에 칸다에서 살던 때부터 5년이 넘게 지나 버렸다.

그녀는 지금 어디에서 뭘 할까.

어린 시절에도 그렇게 예뻤었으니까 자란 지금은 틀림없이 누구나 돌아보는 미인이 되었을 거다,라는 확실치도 않은 상상을 하고는 엷게 웃었다.


"정말, 만나고 싶어. 잊혀져 버렸으면 어떡하지.."




이사를 했기 때문에 지친 탓인지 순식간에 의식이 멀어진다.


"에리치..."



나는 그대로 잠에 빠졌다.









당신을 위한 약속(あなたのための約束)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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