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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쨩! 린쨩! 린쨩!! 싫어어어어어엇!!!"
소리치는 하나요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도 정말 싫다. 이런 것 따위.
"어떻게 된 거야? ―빨리! ―돌아와! ―돌아와 줘! ―린!"
절대로 포기하지 않아, 포기하지 않아, 포기하지 않아―!
린의 몸은 미동도 하지 않고, 그 몸은 마치 죽은 듯 차갑게―
아니, '죽은 듯'이 아니라― '죽은' 것과 마찬가지로―
―린은 '고동'을 멈춘 채였다.
"린쨩! 싫어! 부탁이야! '죽지 마―!'"
하나요가 울부짖었다.
당연한 것이다. 나도 소리치고 싶은걸. ―하지만 나는 절대로 ―절대로!
"장난치지 말고― 어서― 눈을―"
호시조라 린, 심폐 정지― 시간적으로는 이미―
그러니까, 나는! 나는―!
"어서 눈을 뜨란 말이야, 이 바아보야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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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마키쨩은 어느게 좋다고 생각하냥?"
"뭐?"
이제 해질녘인데도 아직 더웠다. 여름이라 어쩔 수 없지만.
아아… 이런 때라면 연습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집에 돌아가면 좋으련만, 린이 대체 뭐라고 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됐다.
"뭘 말이야?"
"그니까, 마키쨩은 어느거로 할 거냐는 말이야."
눈앞에 커다란 까만 상자가 세 개 정도 열린 상태로, 안에는 반지에 귀걸이, 피어스, 브로치, 목걸이, 그리고 기타 등등, 온갖 보석과 액세서리가 잔뜩 죽 늘어서 있었다.
―언뜻 보기에 참 예쁘게도 보이지만, 물론 모두 가짜 보석으로 만들어진 액세서리들이다.
여기는 아키하바라의 대로에서 조금 벗어난 뒷골목의 한 구석. 근처에는 컴퓨터 부품점이 늘어서 있는 것이 보인다.
즉… 눈앞에 펼쳐진 이건 이른바 '노점상'이라는 것으로, 당연히 무허가일 것이다.
게다가 여기 앉아 보따리를 풀고 앉아 있는 이 노파는 정말이지… 도를 넘었다. 마녀 코스프레라도 하는 걸까? 검은 옷에 검고 세로로 긴 모자. 아키하바라니까 적절히 녹아들었지만, 뭔가 이상하다. 저 꼴로 뭐 하나 팔 수 있긴 한걸까.
"…나는 필요 없어. 그보다 하나요의 볼일은 끝났으니, 이제 돌아가고 싶어."
"뭐어―?! 그럼 카요찡은? 갈 거야?"
린이 바로 옆에 있는 하나요에게 물었다. 두리번거리며 노점상의 액세서리들을 들여다보는 하나요의 손에는 이미 큰 종이 봉투가 두개나 쥐어져 있었다. 이게 바로 우리 세명이 지금 여기 있는 이유다.
린이 갑자기 "마키쨩도 같이 가자! 카요찡은 곧잘 망설이니까 내가 뭘 살지 골라 줄게!" 라며 꼬셔대니까, 그러는 정도는 괜찮겠다 싶어서 오고 말았다.
정작 하나요라고 하면 어느 가게에서든 기성을 지르며 망설이지도 않고 원하는 족족 장바구니에 넣어 버릴 테니 함께 온 의미는 없었지만, 가게를 구경하는 것 만으로도 꽤 재미있었다.
그건 가게의 진열을 보면 이른바 스쿨 아이돌 랭킹이라는 것과는 또 다르게, 각 스쿨 아이돌들이 얼마나 주목받는지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우리를 포함해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내 결론은, 우리 μ's는 상당히 주목받고 있단 것이다. 랭킹에는 아직 반영되지 않았지만, 분명 우린 괜찮은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확신했다.
―원래는 돌아가는 길이었다. 왤까, 린이 무언가에 이끌리듯 이 노점상으로 향해서는, "와―! 예쁘고 귀엽다냐―! 여기서 뭔가 사자!" 라고 말하고는 멈추어 서 버렸다. 하아… 이래서야 정말 반짝거리는 것을 쫓는 고양이 같다.
"―음, 그럼 나는 이걸로 할게."
하나요가 집어든 것은 에메랄드에 금으로 장식된… 것 같은, 작은 녹색 꽃 모양 브로치였다. 9장의 꽃잎이 마치 μ's의 9명인 것 같았다. 모조품이라고 해도 싼 물건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여긴 어떤 물건에도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았다. 물건을 손으로 집어 들었지만 아무런 말도 않는 노파에게 하나요는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저… 저기… 할머니? 저 이걸 사려고 하는데… 얼마에요?"
"…50엔이야."
"오… 오십 엔으로 되는 건가요?"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나도 속으로 조금 놀랐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좀 더 비쌀 텐데, 50엔이라니. 농담이지? ―그런데도 노파는,
"어머나, 비싼가? 30엔으로 할까?"
라며 거꾸로 값을 낮출 뿐이었다. …이 사람, 왜 역경매를 하는 거야?! 너무 싸잖아?!
"저기… 아니에요…. 오… 오십 엔이면 괜찮아요. 자, 여기요."
"고마워."
하나요는 산 브로치에 뭔가 이상한 부분이 있진 않은가 손에 쥔 채 찬찬히 살폈다. 역시 너무 싸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하지만 결국 문제는 없었던 듯, 활짝 웃는 얼굴로 브로치를 곧바로 머리에 달았다.
"어때? 어울리려나?"
"카요찡, 귀엽다냐-!"
"응, 어울리는 것 같아."
솔직한 감상이다. 사실 잘 어울렸다. 마치 처음부터 하나요를 위해 준비된 것만 같았다.
―설마 그런 건 아니겠지만.
"좋겠네, 카요찡. 할머니, 뭔가 추천하는 물건 있어요?"
"그래…. 이런 건 어때?"
"아, 귀엽다!"
진열된 산더미같은 물건들 중 하나, 지목한 것은― 작고 귀여운 은색 천사 둘이 각자 하트를 안고 있는 모양의 머리핀.
좌우 대칭으로 새겨진 천사는 서로가 안고 있는 하트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듯했다. 그 하트는 마치 하트 모양으로 조각된 핑크 다이아몬드처럼 석양빛으로 반짝이며… 잠깐, 어라, 이거… 붸에에에?!
"거짓말이지?!"
"왜 그래, 마키쨩? 뭐가 거짓말이냥?!"
나는 놓여져 있던 그 머리핀을 손에 들고 잘 살펴보았다. 확실하다. 조그맣지만, 빛깔이 유리나 아크릴 따위와는 완전히 다르다. 어쩌면 정말로 핑크 다이아몬드. 밖에 놓여져 있는 다른 모조품 보석들과 비교해도 차이는 분명하다. 그리고 이 은색 천사, 골동품인 것인지 낡아서 색이 바래지고 있지만 정교한 은 세공품 같다. 즉, 진짜 은이다.
"저기― 할머니. 이건 얼마에요?"
내가 빤히 쳐다보며 놀란 채로 있으니, 린이 물었다.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린! 이런 건 정말 비싸―
"100엔이야."
"아니, 왜 100엔인 건데?!"
무심코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하지만 몇 억씩 해도 납득할 만한 물건이라고, 이거― 라고 말하려는 나의 말을 끊는 것처럼,
"그래, 100엔."
―린이 노파에게 돈을 건냈다. …이거, 분명 뭔가가 있어, 분명 뭔가 이상해. 아니… 어쩌면 그저 내 보는 눈이 없는 걸지도 모르지만….
"고마워. …그쪽 아가씨는 지금 거기에 뭔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후히히히."
"엣?!"
설마… 마음을 읽힌 건가? 그리고 뭐야, 지금 그 웃음은?!
"그건 조금 세공이 되어 있거든. 양 옆의 천사를 세게 비틀어 봐."
…아니, 무서워서 못 비틀겠는데. 내가 보기엔 비싸 보이는데다 (가격은 쌌지만) 또 무엇이 있을지도 모르고….
내가 머리핀을 쥔 채 침묵하고 있으니, "왜 그래, 마키쨩? 그럼 린이 해 볼래!" 라며 린이 내 손에서 머리핀을 가져갔다.
아니, 산 건 린이니 '되찾았다'가 맞으려나. 아, 정말. 그런 건 어쨌든 상관 없어!
린은 그대로 손에 쥔 천사 머리핀을 "에잇!" 하고 비틀었다.
―또각!
가벼운 금속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천사는 둘로 '쪼개졌다'.
"어라? 할머니, 이거 깨져 버렸다구요?"
천사들은 말끔하게 둘로 쪼개져, 서로의 하트에 귀기울이고 있던 디자인이었던 두 천사는 이젠 하나씩의 '하트를 들고 있는 천사'가 되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물건이야…. 다시 한번 위치를 맞춰서 거꾸로 비틀면 핀이 구멍에 끼워져서 원래대로 하나가 되지… 후히히."
쪼개지면 정확히 '두개의 머리핀'이 되게끔 만들어졌다. 신기한 세공이다.
그러자 갑자기 덜컹 하고는 큰 소리가 나며 노파 앞의 세 개의 검은 상자가 닫혔다.
"아가씨들, 미안하지만 오늘 장사는 여기까지야."
노파는 세개의 검은 상자를 사뿐히 들어 올려, 그곳을 도망치듯 떠났다.
"뭔가 이상한 할머니였어."
린이 진지하게 말하였다.
"이상한 정도가 아냐. 무허가 노점상이니까."
"좋은 물건을 샀지만, 너무 싸…."
하나요가 브로치를 어루만지며 어딘가 걱정스러운 듯 말하였다.
"뭐랄까, 어쨌든 돈에 관해선 잘 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나는 더는 노파가 보이지 않는 아키하바라의 골목 저편을 숙연히 바라보고 있었다.
"자, 마키쨩."
"뭐야? 린."
린이 쥐고 있는 손을 내게 내밀었다. 뭔가를 주려는 걸까?
내가 한손을 내밀고, 린의 손이 펴지자 내 손 안에는 그것이―
"붸에에?! 이거 지금 산 머리핀 한 쪽이잖아!"
"응. 그 쪽은 마키쨩한테 줄게. 정말 갖고 싶어하는 것 같았으니까."
"아니… 별로 그런 의미로 보던 게…."
감정해 보니 진짜 다이아몬드랑 은이였다…고는 왠지 말할 수가 없다. 너무 싸서 믿지 못할 거야….
"린이 주고 싶어! 마키쨩한테 주고 싶어! 안 돼?"
"…알았어, 고마워, 린."
집에 돌아가서 좀 조사해 보자… 라는 호기심도 조금 있어서 간단히 받아 버렸다.
"와아―, 마키쨩이랑 커플 머리핀이야―!"
"커… 커플 머리핀?!"
그 자리에서 깡충깡충 뛰어 다니며 좋아하는 린. 대체 뭐가 그렇게 기쁜 걸까….
"린쨩은 처음으로 마키쨩이랑 커플로 물건을 맞춰 샀다고 기뻐하는 거야."
하나요가 그런 행동의 이유를 알려 주었다.
"언제나 나와 함께 물건을 사고, 같은 물건을 사고, 같은 음식을 사고… 그러니까 마키쨩과 만나 생긴 새로운 인연이라고 해야 하나… 분명 그런 것 하나하나가 굉장히 즐거울 거야."
"흐음…."
뭐, 이렇게 자기를 이해해 주는 사람인 하나요가 곁에 있어 줘서 린은 행복할 거야….
"마키쨩, 마키쨩, 마―키―쨩!"
"아… 린쨩, 얼마나 기쁜진 알겠지만 그렇게 뛰어 다니면… ."
나의 이름을 계속 불러대며 뜀박질을 반복하는 린에게 하나요가 말했을 때였다.
삐끗―
싫은 소리가 났다.
"아파아아아앗!"
린이 왼발이 꺾여 퍽 하고 넘어졌다. 지금 건 좀 아플 것 같다.
"린쨩, 괜찮아?!"
"정말이지… 아무리 그래도 너무 들떴어!"
꺾여 있는 린의 왼발로부터 신발과 양말을 벗기고, 맨발을 손으로 만져 진찰해 보았다.
"…가볍게 삐었어. 시간이 지나면 좀 더 부을 텐데… 일어설 수 있겠어, 린?"
"응… 괜찮아. 일어설 수 있어. 고마워, 마키쨩."
"파스가 있다면 좋을 텐데…."
나는 자연히 하나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미안, 갖고 있지 않아…."
"아니 뭐… 보통은 다들 안 갖고 다녀."
비틀거리며 일어선 린에게 나와 하나요는 손을 빌려주려 했지만, "혼자서도 괜찮아!" 라며는 린은 혼자 걷기 시작하였다.
무리하는 게 아닐까, 역시 좀 걱정된다.
"혹시 모르니까 내일 체육 수업… 수영 수업이었지? 그건 쉬는 게 좋겠어."
"무슨 소리야, 마키쨩? 싫어! 린은 내일 꼭 수영장 갈 거야!"
"뭐?! 왜 억지부리는 거야? 너, 다친 사람이라고?"
"왜냐면 내일은 마지막 수영 수업이란 말이야! 린은 갈 거야!"
그런가, 내일이면 끝이다. 덥고, 옷 갈아입는 것도 귀찮고, 머리는 다 젖는 바람에 지겨울 뿐이었던 수영장은 내일로 끝인가.
"하… 나는 핑계 대서라도 하기 싫을 정도인데?"
"부―! 부―! 한다면 하는 거야! 발 따위 아무 것도 아냐! 그것보다…."
"그것보다… 뭐?"
"내일 그 천사 머리핀 하고 나와! 린도 할 테니까! 내일은 쭉 하고 있자. 꼭이야!"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께 머리핀을 보여드렸다.
―역시 박혀 있는 붉은 다이아몬드도 둘로 쪼개진 천사 문양의 은 세공도 모두 진짜인 게 아니냐고 어머니가 말했다.
산화 제거한다면, 선명치 못하고 흐릿하게 빛나던 은빛이 좀 더 원래의 빛깔을 되찾을 것이다. 그럴 방법은 많이 있는데다, 꽤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일을 하면 왠지 린에게 선물받은 물건이라는 의미가 사라지는 것 같아서― 결국 하지 않았다.
"아, 더워…."
―그것 뿐이다. 나는 학교 수영복에 커다란 타월을 두른 채로, 피부를 태우는 태양을 피하려는 듯 그늘진 수영장 가장자리의 벤치에 앉아서 반 모두가 물 속에서 자유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만 보고 있었다.
공공 수영장 특유의 염소 소독 냄새가 확 하고 코를 찔렀다.
25미터로 여섯 코스, 수심 1.5미터로 여자인 우리들에게는 조금 깊은 수영장.
…확실히 토쿄도(都)에서는 5일에 한 번은 수영장 물의 교체와 청소를 규정으로 하고 있었다. 폐교 위기로 자금난이라고 해도 그런 건 잘 지켜지네.
"마―키―쨩!"
학교 시설 유지비 걱정을 하던 중, 위에서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 이런 찌는 듯한 날씨에 이렇게 활기찬 소리로 내게 말을 걸 사람은 하나 뿐이다.
나는 고개를 조금 위로 들어 그 실루엣을 확인했다.
"뭐야? 린."
린도 물론 학교 수영복 차림이었다. 린이 숏컷으로 자른 머리카락을 수건으로 말리고 있다. 눈이 빨간데, 물안경도 안 쓰고 수영하던 걸까?
"마키쨩도 하지 않을래? 지금부터 다들 25미터 계영 하는데. 비트판* 써도 괜찮아. 카요찡도 쓸 거니까!" (* : 수영할 때 사용하는 물에 뜨는 판.)
"…난 괜찮아. 난 잠시 쉬는 중이니 신경쓰지 마."
"그러면서 마키쨩은 언제나 쉬잖아! 선생님한테 물에 들어가라고 한소리 들을 때 말고는 계속. 린은 확실히 알고 있어. 오늘 마키쨩, 한 번도 수영장 들어가지 않았다는 걸."
물러서지 않겠다는 건가. 어쩔 수 없다….
"전에도 말한 것 같긴 하지만, 난 염소(塩素)는 질색이야. 수영장은 소독약 냄새가 나잖아, 저것 때문에 안 된다는 거야. 선생님도 허락해 줬어."
"뭐야, 그런 거야? …아쉽네."
린이 정말로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죄책감이 가슴을 찔렀다.
그래도 반은 사실이다. 수영장이라 하면 학교나 공공 수영장보다는 별장같은 곳의 개인 수영장에서 지낸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고. ―당연히, 거긴 염소 냄새 따윈 나지 않는다. 나에게 1년에 고작 몇 번밖에 하지 않는 수영장 수업이란 건 마치 소독약에 몸을 담그는 것만 같아서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를 졸업하도록 익숙해지지 않았다.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수영장 안의 염소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건 물론 알고 있다. 그렇지만 집안 사정을 설명하자 체육 교사는 정말로 허락해 줬다.
나머지 반은― 아니, 어쩌면 이게 진짜 이유일지도 모르지만― 나와 이 반에서 제대로 대화하는 사람이 린과 하나요 말고는 없기 때문이다.
성적이 학년 수석(이라고는 해도, 반이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반 1위나 마찬가지지만)이므로 공부를 가르쳐 달라고 모이는 반 애들은 있다만, 그건 겉으로만 만나는 것 뿐. 만약 μ's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아직도 난 쉬는 시간마다 음악실에서 홀로 피아노를 치고 있었을 것이다.
―이런 부분 때문에 '테두리 안으로 스스로 들어가지 못하는 타입' 이라고 뒷날 여름 합숙에서 노조미에게 평가받은 것이지만.
그 무엇보다도 서로의 굳은 신뢰 관계가 필요한 μ's에서 그런 말을 들을 정도다.
지금 이 반에서 내가 린, 하나요 이외의 다른 동급생들과 얼마나 못 어울리는가… 그건 상상에 맡긴다.
하지만 그것이 보통의 나. 언제나의 나다. 오히려 이 반에서는 린, 하나요가 특별한 존재.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그게 내겐 당연한 일이니까 '들어가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수영장 같은 수업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것이다.
―라며, 무슨 말로 어떻게 꾸미더라도 모든 게 제멋대로일 뿐인 이유다. 그것 때문에 린의 환한 미소를 흐려 버렸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미안해, 린."
"냐? 왜 마키쨩이 사과하는 거냥?"
"그건… 아무 것도 아냐. 그보다, 어제 삔 곳은 괜찮은 거야?"
그렇게 말하자, 린은 벤치에 앉은 내 바로 옆자리에 앉았다.
"자, 봐. 멀쩡해졌지?"
린은 왼발을 들어 올려 발목을 흔들거렸다.
"약간 부은 것 같지만…."
"아프지 않으니 걱정 없어! 그것보다…"
린이 젖은 머리를 쓸어 올리자, 거기엔 '천사의 머리핀'이 반짝이고 있었다.
"자! 마키쨩은?"
"…아니, 린! 너 정말… 수영장에서까지 그런 거 하고 있으면 위험하잖아! 머리핀이나 안경, 액세서리같은 건 전부 수영장에서는 금지야. 상식이잖아?
"이 위에 수영모 쓰니까 괜찮아,"
"전혀 괜찮지 않아! 누군가랑 머리라도 부딪힌다면 다치는 건 린 쪽이니까!"
"알았어. 다치지 않도록 조심할게!"
하나도 이해 못 했어! 이거, 글렀네….
"그것보다, 마키쨩은?"
…오늘은 아침부터 계속 이렇다.
"자… 여기, 이거지?"
나는 왼손에 쥔 '다른 한 쪽의 천사의 머리핀'을 보여주었다.
"어―! 왜 안 하고 있는 거야? 마키쨩이 제대로 하고 있어 주지 않으면 의미 없는데!"
"너는 정말… 아까 내가 말한 거 잊어버렸어?"
오늘 린은 쉬는 시간이 될 때마다 내가 하고 있는 '이것'을 보고, 자기가 하고 있는 '그것'을 일일히 확인하며 만족하고 있다.
정말 이런 건 수영장에는 반입 금지다. 그런데 여기서까지 번거롭게 하다니. 나는 어쩐지 누군가 물어볼 것 같아 살짝 수건에 숨겨 두었다.
설마 린이 머리핀을 한 채 물에 들어갔다고는 생각치 않았지만.
"이제 오늘은 쭉 자유 시간인데, 마키쨩은 수영장 안 들어갈… 생각이지?"
"뭐… 선생님이 뭐라고 하지 않는다면 그럴 건데… 선생님은 왜 그래? 통 보이지를 않는데."
수영장을 둘러보았지만, 자유 시간에는 언제나 수영장 가장자리를 돌던 체육 교사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배 아파서 아까 양호실 가셨대. 지금은 체육부장이 대신 맡아 보고 있어."
체육부장? …체육부장이라. 수영모랑 수영 안경 때문에 구분이 잘 안 되지만, 아마 저기서 헤엄치고 있는 사람이겠군….
아무리 봐도 자기 친구들이랑 재밌게 놀고 있는 걸로 밖에는 안 보이는데. …괜찮으려나?
"그보다, 이제 수영장 안 들어갈 거라면 머리핀 하고 다녔으면 좋겠어… 안 돼? 마키쨩?"
"으아―! 이제 알았어! 자, 봐! 달았어! 이걸로 만족해?"
"응! 린이랑 커플 머리핀이야!"
내가 머리에 적절히 머리핀을 달자, 린의 얼굴이 확 밝아지며, 지금 이 수영장에 내리쬐는 태양보다도 더 눈부시게 되었다.
오늘 몇번이나 '커플 머리핀이야!' 라는 말을 들은 걸까. 역시 이건 뭔가 사연이 있는 물건이라, 이 머리핀을 다는 사람이 '커플이야, 커플' 이라고 말하게 하는 저주라도 걸려 있던게 아닐까….
"왜야?"
"응? 무슨 일이야, 마키쨩?"
"왜 오늘은―"
―그렇게까지 내게 달라붙는가. 이런 질문은 안된다. 하나요에게 어제 들은 대답이 돌아올 뿐이다.
나는 좀 더 린에게 물어볼 말이 있을 텐데. 나에게 린과 하나요가 특별한 존재라면―
"있잖아, 난 린에게 어떤 존재야? 반 친구? μ's로서의 동료?"
"그런 건 정해져 있잖아! 정말 좋아하고 소중한 친구! 얼마나 좋아하냐면, 카요찡 만큼이나 좋아해!"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린다운 대답이다. 아무리 피아노를 잘 쳐도, 아무리 공부를 잘 해도, 나는… 그런 린이 부러웠다.
"그렇구나… 그런데 내가 친한 친구인 하나요랑 동급이어도 괜찮은 거야? 어렸을 때 부터 쭉 함께였잖아? 고등학교에서 알고 만나게 된 내가 동급이라는 건… 이상하잖아?"
라는 말에, 린은 신기하다는 듯 날 들여다보며 말하였다.
"전혀 이상하지 않아! 오히려 지금부터 점점 새로운 걸 잔뜩 알아갈 수 있는 걸! 마키쨩도, μ's의 모두들도 마찬가지야!"
"앞으로도 린은 모두와 사이 좋아져서, 모두 좋아하게 될 거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져서 정말 기쁘다냐―!"
―린의 삶에서는 내일로 펼쳐지는 즐거운 나날들이 똑똑히 보인다. …내 삶에선 보이는 걸까?
"린은 대단하네. 린의 그런 점은― 나도 좋아해."
"……."
내 얼굴을 들여다 보며 즐거워하던 린이 갑자기 정색하며 입을 다물었기에 나는 깜짝 놀랐다.
"뭐야? 왜 그래, 린?"
"괜찮아. '그렇게 해서' 마키쨩도 분명 변하고 있으니까."
"뭐가 말이야?"
"모두와 함께 있으면서 카요찡도 린도 변했단 거야! 마키쨩도 분명히 변할 거다냐―."
"그니까 뭐가 변했는데?"
"하아… 마키쨩은 머리는 좋은데, 뭔가 중요한 부분에서만 둔감하지?"
으윽―!
―퍽!
"아프다냐―!"
어김없이 내 촙이 린의 이마에 깔끔히 적중했다.
"너무 까불지 마!"
"아야야… 에헤헤, 그래도 언제나처럼의 마키쨩으로 돌아와 줘서 기뻐."
언제나처럼이라니… 어떤 나 말이야?
내가 그걸 묻기도 전에, 린은 벤치에 타월을 둔 채 수영모를 머리에 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래도 린은 어느 쪽의 마키쨩이든 좋아한다냐―!"
그렇게 말하고는 수영장 가장자리를 달려갔다.
수영장 가장자리에서 달리는 건 금지! 라고 말하려 하였다. 린은 조금 발을 끌면서 달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주의를 줄 겨를도 없이 린은 그대로 기세 좋게 수영장으로 뛰어들어 버렸다.
"아, 또 머리핀 한 채로… 정말이지…."
그러고 보니 린에게 이 천사 머리핀이 정말 다이아몬드와 은으로 된 것 같다는 걸 일러주지 않았다.
수영장에서 올라오면 그것부터 알려 주고, 더 소중하게 다루라고 타일러서 머리에서 빼내야만 하는데….
'삐―익!'
그 요란한 호루라기 소리에 나는 눈을 떴다.
이 무더위 속에서 딱히 자고 있던 건 아니지만 머리가 조금 어지럽다.
다른 모두는 수영장에 들어가서 더위를 쫓고 있지만 나는 수영복 하나만 입고 뜨겁게 내리쬐는 햇빛 밑에 있다. 열사병에 신경 써야 한다.
지금 들린 호루라기 소리는 한 번 수영장에서 나와 몸을 데우라는 신호다. 차디찬 수영장에 오래 들어가 있으면 체온을 빼앗겨서 저체온증이 올 수 있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밖으로 나와야 하는 것이다.
보통은 체육 교사가 하는 일이지만, 체육 교사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듯 대신 체육부장이 분 것 같다.
30명 정도의 반 모두가 일제히 수영장에서 올라온다.
위로 올라오니 그늘에서 쉬는 사람, 한 번 샤워를 하러 가는 사람, 눈을 씻으러 가는 사람, 로커로 돌아가는 사람 등, 행동은 제각각이다.
내 눈은 물론 린과 하나요를 찾는다.
하나요는 곧바로 찾아냈다. 수영모와 도수가 있는 수중 안경을 쓴 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왜 그래, 하나요? 뭔가 찾고 있어?"
나는 하나요 쪽으로 다가갔다.
"아, 마키쨩. 응, 린쨩 못 봤어?"
"린? 어. 호루라기 소리 들리고 나서는 못 봤는데."
"그래? 어디에도 안 보여…."
…린이 없어?
"없… 없을 리가 없잖아. 샤워실이나 로커로 간 거 아냐? 화장실은? 거긴 봤어?"
"아니, 아직이야, 내가 가 볼…"
"―저기, 코이즈미, 니시키노. 잠깐 괜찮을까?"
그 때, 뒤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어 왔다.
"아… 체육부장님? 네, 무슨 일인가요?"
하나요가 대답했다. 체육 교사가 없는 지금 반을 맡고 있는 체육부장이다. 목에는 아까 불었던 호루라기가 걸려 있었다.
손에 쥐고 있는 검은 판에는 출석을 점검하는 종이가 끼워진 것 같다. 한 손에는 볼펜이 쥐어져 있었다.
"호시조라는 못 봤어? 호루라기를 불고 나서 모두 제대로 있는지 확인할 참이었는데. 불자마자 모두 흩어져 버리다니 곤란하네."
"그게… 저도 마키쨩도 린쨩을 못 찾았어요. 찾아 봐도 없어서요… 어쩌면 로커에 있을 지도…."
"뭐? 로커나 샤워실을 다 찾아 봐도 없어서… 곤란해 하고 있었는데…."
나쁜 예감이 들었다. 그것도 최악의 예감이.
나와 하나요, 체육부장까지 수영장으로 눈을 돌렸다. 물을 교체한 직후도 아닌 수심 1.5미터의 물 속은 완전히 투명하지 않다. 햇빛이 반짝거리며 수면에 반사되는 통에 눈을 부릅떠도 여기서는 모든 부분을 살펴볼 수 없었다.
"…하나요, 25미터 계영을 하고나서 린은 뭘 했어?"
"음… 응, 해산하고 자유 행동했어. 그 때부터… 린 쨩이 안 보여…."
하나요가 그렇게 말한 때였다. 수영장에 단 하나의 수영모가 떠다니는 것이 보였다.
학교가 지정한 그 수영모가 보인 순간, 하나요가 뭔가 짐작한 듯 갑자기 수영장으로 기세 좋게 뛰쳐들었다.
―!
몇 초 후, 수영장에서 얼굴만 내민 하나요가 목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크게 소리쳤다.
"누가, 누가 좀 도와줘! 린쨩이! 린쨩이!!"
하나요의 팔에 안겨서 얼굴을 드러낸 사람은― 자력으로는 꼼짝도 못 하게 된― 의식 불명인 린의 모습이었다.
<中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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