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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는 그만 피우라고 했잖아.」


「쉽게 끊을 수 있다면, 의사는 필요없는거야」


「... 아니, 네가 의사잖아.」


「뇌신경외과지만」


바람도 없는 무더운 여름날의 밤.


에어컨을 틀어놓은 방에서, 소파에 앉아 연기를 피워올리면서, 계속해서 담배를 피워대는 것과 동시에


미간을 찌푸리며 까다로운 내용이 적혀져 있는 책을 읽고 있는 마키와 그 옆에 앉아 있는 나.


에어컨을 틀어놨기 때문에 창문을 열 수도 없는데, 환풍기는 별 소용이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면, 몇 분만에 뭐라 말할 수 없는 뜨뜻한 공기가 온 방을 가득 채울 것이다.


기분 전환으로 공기 청정기를 달아 뒀지만 정말로 효과가 있는지는.... 아무튼, 없는 것보단 낫다는 정도.


「애매한 소리하지말고 당장 담배 끊어」


「쉽게 끊을 수 있었다면 벌써 끊었어」


... 정말, 본인은 끊을 생각이 없는 것같다.


그렇게 말하면서 얼음을 넣은, 갈색 액체가 들어간 글래스를 기울여 한 모금 마신다.


내용물은, 어째서 그런걸 마시는지 니코에게는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인 알콜. 이른바 위스키라고 불리는 것.


이 집에는 위스키가 엄청 많이 있다.


일단 세어봤는데 20병 정도에서 그만뒀다.


같은 이름인데도 연수가 다를 뿐인게 3병이나 있어서, 헷갈렸기 때문이다.


「술도 그만 마셔」


「뭐 어때. 하루에 한잔만 마시니까 괜찮잖아」


이렇게 말하면 저런 식으로 대답한다.


「아무튼, 20살이 넘었으니까 여러번 말하진 않겠지만... 예전에는 담배도 술도 안했었는데」


「... 여러일들이 있었으니까, 여러일들이」


「여러가지라니 뭐야」


「뭐야, 듣고 싶어 ?」


「그건... 마키에 대한 거라면, 뭐든지 알고 싶은게 당연하잖아」


「...그래」


거기서 드디어 책을 덮고 이 쪽을 본다.


피고 있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끈 뒤의 그 얼굴은, 술 때문인지 서서히 붉어지고 있었다.


「...이전에 노래불렀었지, 나」


「응」


「어땠어?」


「어땠...냐니...」


오랜만의 피아노 연주는 가끔 버벅이기도 하고 실수도 있었지만, 전혀 신경쓰이지는 않았다.


노래도 그렇다.


「...목소리, 조금 쉰 것 같았고, 낮아진 것 같았어」


「그렇지? 그렇게 된건 이유가 있어」


「에...?」


「내가 꿈을 이루기 위해 버린거야. 노래를 포기하기 위해서, 목을, 목소리를 버렸어.


지금 목소리도 예전에 비하면 형편없지? 담배로 목이 상한데다가 술까지 마셔서.. 그걸 또 계속 반복했지.


옛날처럼 고음도 깨끗하게 안나오고 숨도 차. ...이유는 그것뿐만이 아니지만」


거기까지 말하고선, 다시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남자가 필듯한, 얇은 두께의 담배.


「......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단념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어. 의사가 되기로 한 것에는 아무런 의문도, 망설임도 없었어.


그렇지만 TV속의, 즐거운듯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니코를 보니 욕심이 생겼어. 계속 노래를 부르고 싶어 라면서.


생각해보면 정확히 그 무렵부터 엇갈리기 시작했어. 우리들. 아니, 내가 마음대로 그랬었어. 


그리고, 니코도 잃어버렸어.」


고개를 숙인 마키가 후우, 하며 내뱉은 연기는 천천히 사라져 갔다.


「하지만, 지금은 니코가 여기에 있어. 돌아와줬어. 많은 걸을 잃은 나를, 다시 좋아한다고 말해줬어. 정말로, 기뻤어」


라고 말하면서, 마키가 웃었다.


예전보다 훨씬 더 어른스러워진, 왠지 모르게 씁쓸한 웃음이었다.


그래도, 그 웃는 얼굴에는 예전부터 변하지 않은 어떤 것이 있었다.


모든 것을 잃어버렸다고 마키는 말했지만, 그렇지 않다.


예전과 같은 마키가 그곳에 있었다.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단지 숨어있을 뿐.


그것뿐인데, 마키는 그렇다고 인정하지 않았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니코도 경솔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


니코가 알고 있다면  그걸로 된거다.


만약 다른 사람들이 옛날의 마키와는 다르다고, 그 모습은 사라졌다고 말해도, 니코가 계속 그것을 알고 있다면, 기억하고 있다면 되니까.


「.......... 고마워, 니코」


「뭐야 정말. 새삼스럽게, 바보」


마키가 입은 셔츠의 옷깃을 잡고 끌어 당겨 키스를 한다.


아아, 정말, 닿은 것 뿐인데 왠지 모르게 쓴 맛.


이 이상 진하게 한다면 더 쓴 맛이 나겠지.


그래도, 이젠,


「웃, 응....」


「후....아....」


멈출 수 없다.


입안에 퍼지는 쓴 맛.


그렇지만 곧 익숙해져서 왠지 모르게 달콤하게 느껴지는 건, 어째서 일까.


문득 그렇게 생각했지만, 어째서인지 머리가 따라가지 않는다.


서로의 입술이 떨어질 즈음에는 그나마 생각하는 것이 귀찮아졌다.


「...담뱃재 쏟을뻔했다」


「....저기, 마키」


「응?」


「집에서 담배피는거 그만두면 안돼?」


「그러니까 그렇게 간단하게 못 끊는다니까」


「으으... 담배 안끊으면, 키스 안해줄꺼야」


「에 !」


「키스 안해줘」


「...에... 음...그러니까」


「그러면 담배 피우는거 참을 때마다 키스해줄게」


「헤?」


「담배, 무의식적으로 입에 무는거지? 그렇다면, 그때 정신차리고 멈추면 키스해줄테니까」


「...그렇게 해준다면, 끊을 수 있을지도」


「병원에 있을때는 봐줄게」


「뭐야 그건」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작게 웃었다.


그런 마키니까 아마도 집에서 담배를 피는 횟수는 줄어들 것이다.


예전부터, 이렇게 다루면 되는걸 알고 있었으니까.


며칠만에 담배를 피지 않게 될지 볼만하겠다고 생각하며, 아직 꽤나 담배가 많이 들어있는 담뱃갑을 보면서


다시 마키에게 키스했다.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