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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얼굴이네. 마키쨩」


비오는 날 방과후의 부실.


밖에서 연습 할 수 없는 이런 날에 할 수 있는 것은 한정 되어 있는데다가


다른 애들은 거기에 학생회 일이 있다, 다른 볼일이 있다 라고 말하면서 하나둘씩 부실을 나갔다.


지금 시간은 오후 6시 12분.


부실에는 나와 니코쨩 둘뿐.


나는 신곡을 조정하고 있었고, 니코쨩은 창가에 서서 밖을 바라보며 왠일로 조용하게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포기한 척하면서 무엇 하나도 포기하지 않은 듯한 얼굴을 하고 있어.」


「...무슨 소리야.」


「정말로 모르겠어?」


「...」


갑작스런 질문의 의도를 아직까지도 파악하지 못했다.


그리고 어째선지 대답할 수도 없었다.


「나의 음악은 이제 끝났어 라고 하나요한테 말했었지? 그런데 지금 이렇게 피아노를 치고 있고, 작사를 하고, 노래를 하고 있어.


무엇 하나도 포기하지 않았어. 아니, 그 이상으로 열심히 하고 있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왜 그렇게 뭐든지 알고 있는 어른인 척 하는 거야?」


「별로 그런건..」


「거짓말쟁이」


「읏, 갑자기 뭐라는거야. 왜 그런 말을 꺼낸건지 잘모르겠지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확실히 말하라구!」


「――말해도 괜찮아?」


「뭐?」


통, 하는 소리가 났다.


니코쨩이 창가에서 천천히 걸어온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단지 그것뿐인데 왠지 모르게 아득하게 느껴지고, 그런 탓인지 정신이 드니 니코쨩이 정말 가까이에 와 있었다. 


「아무튼, 니코가 말을 꺼내면 곤란하게 되는건 마키쨩 뿐만이니까, 니코는 별로 상관없어」


내가 멈출 새도 없이 니코는 살짝 웃으며 고개를 내밀고는,





「――이런거 말이야」


입술에 남은 감각이 사라지기도 전에, 노래하는 듯이 말했다.


급작스러운 일에 내가 입도 뻥끗하지 못하고 멍하니 니코쨩을 올려다보고 있자.


「니코는 말이야, 마키쨩하고는 다르게 원하는 것은 포기하지 않아. 절대로 포기하지 않아.」


그런 말의 의미조차 이해하지 못한 채, 「자, 그러면」 이라고 말하면서 부실을 나간 니코쨩의 등을 단지 바라보고만 있었다.


「...대체 뭐냐구」


그런 말을 꺼낸 때는 시계의 긴 바늘이 6을 가리키게 됬을 무렵.


전체 하교 시간.


그것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 소리와 동시에 부실의 문이 열렸다.


「아직도 누가 있나?」


「아....노조미....」


거기에는 노조미가 서 있었다.


아마도 학교 내를 순찰하던 중이었을 것이다.


「뭔일이고? 혼자서 멍하니 있고」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역시나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말할 수는 없었다.


나는 책상에 흩어져있던 악보를 모아 파일에 넣고, 그것을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저기, 나 뭔가 체념한 듯한 얼굴로 보여?」


「응?」


「아니...미안, 아무것도 아냐」


뭘 묻고 있는걸까 나.


아직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하면서 노조미의 옆을 지나가려고 한 걸음 내딛을 때,


「그건말이제... 굳이 어느쪽이라 카자면, 포기해야 된다 라고 지를 타이르고 있는거 같이 보인데이.」


그렇게 노조미가 말했다.


「...어째서?」


「으―음, 말로 할라카니까 힘들지만서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상황이니까, 이렇지 않으면 안된다 라고 하면서


지 기분은 뒷전이라칼까, 없었던 일로 해뿔까 라고 생각하고 있다 칼까, 에릿치랑 비슷하데이. 」


「...그런거 아냐, 나는..」


「아무튼, 지가 우에 생각하는지 아직은 잘모르는거겠제, 마키쨩은. 힘들것네...」


그렇게 말하면서 평소처럼 살짝 웃으며, 「오늘은 이제 돌아가는게 좋겠데이. 시간도 늦었고 날씨도 안좋으니까.」 라고 말하며 부실을 나갔다.


밖에는 비가 억수처럼 쏟아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