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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번역/지문/진지

잊혀진 약속

도서관알바 2017. 9. 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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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이 되고, 에리치와 처음 말한 그날부터,

내는 매일 에리치에게 말을 걸었다.


"에리치! 다음 수업, 이동 교실이구마. 같이 가제이?"

"혼자 갈 거니까 괜찮아."



"에리치, 밥 같이 안 묵나?"

"사러 갈 거라서 무리."


"에리치, 같이 돌아가자꾸마?"

"싫어."


이런 식으로 전혀 상대해주지 않았다.


뭐, 처음에 말했었던(라기보단 일방적으로 말을 걸었다.) 날도

맑은 눈동자가 순간 뜬 후, 곧바로


"갑자기 뭐야."


라고 중얼거리곤 금방 사라져 버렸었다.


그런 일들만 있으니 반 아이들은...


"토죠 괜찮아? 아야세 좀 심하다."

"너무 신경 쓰지는 마."


라고 말해 버리기도 했다.

그럴 때는


───아아, 이 아이들은 에리치의 아무것도 모르고 있어.


하는 좀 욱하는 감정을 억제하면서


"분명 굉장히 부끄러워하고 있는 걸 거구마."


하면서 언제나 대로의 웃는 얼굴로 말한다.

모두 눈치채지 못한다. 에리치는 차가운 말과는 정반대로, 그 표정은 어딘가 괴로운 듯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실 굉장히 반짝거리는 미소를 짓는다는 것을 내는 알고 있어.

그래서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역시 내가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안 되겠데이.


라는 마음은 커져 갔다.


그래서 아무리 차가운 태도를 취해도

굴하지 않고 매일매일, 말을 걸어갔다.







1주 정도 지났을 때,



"하아... 당신, 너무 끈질기네. 적당히 해줬으면 하는데."


평소보다 조금 강하게 거절하는 에리치.


───또 그런 얼굴로 그런 말을 하고 있구마.


"괜찮잖나. 내, 에리치에게 매일 말 걸지 않으면 죽는 병에 걸렸으니께."


"애들 같은 장난 치지 말아줘. 확실히 말해서 귀찮아."


"어라? 내 완전 둔감해가, 에리치가 귀찮다고 느끼는 건 전~혀 몰랐데이 와아."


"거짓말이네. 점 같은 걸 보는, 상대를 분석하는 게 특기인 사람이 깨닫지 못할 리가 없잖아."


"역시 에리치! 참말 납득되는 이유구마."


"놀리지 말고. 무슨 목적이야? 내게 잘 보여서 당신이 이득 보는 것은 아무것도 없잖아."


"별로, 에리치에게 뭘 받거나 하려는 생각 없데이?"


"그럼 뭐야. 특이한 외형 때문에?"


"확실히, 에리치 같은 미인은 드물긴 하지만..."


"결론이 나질 않네. 아무튼 앞으로는 내게 말 건네지마."



휙 방향을 바꾸고, 총총 걸어가는 그녀.


"에리치..."


에리치가 멈춰 서서는

약간 돌아보면서.


"그, 에리치라는 호칭 그만둬 줄 수 없을까. 그게 가장 성가셔."


"읏…."


그리고, 또 금방 떠나가 버렸다.



───역시 지금 건 견디기 힘들데이….



지금까지는 마음의 어딘가에서 낼 기억하고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냥 나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일이 있으니까 모르는 척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그냥 내가 좋을 대로 생각하고 있던 것이었는지도 모르겠구마.


그 뒤 어떻게 귀가했는지 잘 모르겠다.

집에서도 아무런 의욕이 생기지 않고, 빨래도 밥도 그대로, 일단 자버리고 싶었다.







아침.


상태가 나쁜 것도 아닌데, 너무 몸이 무거워서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학교, 땡땡이 쳐버리까?"


학교가 시작해서 아직 1주일밖에 안 됐는데 벌써 학교를 빼먹다니 내도 불량했었구마.

라고 느긋하게 생각하면서. 자신이 생각하던 이상으로, 에리치의 한마디가 영향력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오늘 만약 노력해 학교에 간다 해도 언제나 처럼의 웃는 얼굴로 에리치에게 말을 거는 것은 되지 않을 듯했다.


"응. 역시 쉬어야겠구마."


마음속으로 담임 선생님께 사과하고, 오늘은 학교에 가지 않기로 했다.

게다가 오늘은 금요일. 토요일과 일요일을 끼면 조금 괜찮아지겠지.


───일단 샤워를 해야겠데이.


오랜만에 욕조에 물을 채워, 천천히 몸을 담갔다.

그것만으로 조금 편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우 움직일 의욕이 생겨서 어제 땡땡이친 빨래를 했다.


그런데 빨래가 마쳤더니 아무것도 할 일이 없었다.



...그래!

"묘진에 가면 되겠데이."



간단한 사복으로 갈아입고 평소처럼 머리를 묶는다.

그러다가, 세탁기가 돌아가는 게 끝나서 베란다에 널었다.

편안한 신발을 신고 산책을 겸해 예전의 칸다 묘진으로 향했다.



밖은 무척 맑았다.

봄의 날씨는 상쾌했고, 안 좋은 기분도 날아가게 될 것만 같았다.


"역시 태양의 힘은 대단하구마."


쭉 기지개를 켜고 다시 걷기 시작한다.

기분 좋은 산책은 눈 깜짝할 사이.

정신을 차려보니 칸다 묘진에 도착했다.


신사는 역시 상쾌한 기운이 차 있었다.

이 느낌이 참을 수 없이 좋아. 말로 하기는 어렵지만 신비스럽고 이상한 느낌이 드는 곳.

생각이 차분해지고, 자신과 마주 볼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지금처럼 기분이 우울할 때에는 이런 스피리츄얼한 힘이 가득 넘쳐나는 장소에 가서 마음을 갖추는 것이 내의 습관.


우선은 신님께 인사를 해보까.


시줏돈을 넣어 예의 박수를 치고...

덕분에 무사히 건강하게 살고 있습니다라는 감사 인사,

그리고 최근의 보고를 한다.


───친구를 웃음을 되찾아 주고 싶어서 이것저것 시도했지만, 반대로 싫어해서. 역시 귀찮은 걸까... 좀 모르게 되어 버렸어요.


왜 웃는 얼굴로 만들어 주고 싶어?

───옛날엔 곧잘 웃는 아이였어요. 하지만 다시 만난 아이의 눈동자는 어딘가 슬픈 것 같아서. 그래서 옛날처럼 또 웃어 주면 기쁠 테니까.


그건 그 아이가 원하는 거야?

───그건.. 모르겠어. 내가 마음대로 생각하는 거니까..


그렇구마, 내가 마음대로 "외로울 거야" "만나지 않은 동안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거야"라고 멋대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뿐.

에리치의 입에서 들은 건 아냐.


그래, 내가 순서를 틀렸었던 거구나.


───감사합니다.


역시, 신님은 대단하네.

마지막으로 절을 하고, 거기를 나려고 했는데...


"정말 열심히 참배하더구나."


할아버지께서 말을 걸어왔다.

모습을 보니 신주이신 것 같았다.


"네. 고민을 상담하고 있었어요."


"그렇구나.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졌니?"


"네! 정말 좋은 길을 제시 받은 것 같아요."


"그거 다행이구나."


"또 올게요."


"그래, 언제라도 오너라."


매우 다정한 신주의 말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귀가하는 길에 빵집과 슈퍼에 들러서 쇼핑을 했다.

오늘 점심에 먹을 빵과 내일 아침밥.

슈퍼에서 오늘 밤, 저녁에 사용할 식재료를 샀다.

그리고 오늘 밤의 메뉴는 좋아하는 우동.

야채가 듬뿍 들어간 니코미 우동으로 할 예정이다.


대충 쇼핑을 마치고 귀가했다.


맛있는 빵을 먹으며 마음에 드는 주전자로 물을 끓여서 홍차를 마신다.

조금 사치스러운 기분.


적당한 운동을 하고, 배가 가득 찬 탓인지 조금 졸리다.


쿠션 투성이의 침대로 가서 맘에 드는 쿠션을 끌어안고 눕는다.


───잠깐…. 자야겠데이..


어젯밤 잘 자지 않았던 탓도 있고, 스스로도 놀랄 만큼 바로 깊은 잠에 빠졌다.




딩동.



딩동.



"…으응."


거의 울릴 일이 없는 초인종 소리에 눈을 떴다.

자고 일어난 직후라 조금 멍하다.


───뭔가 택배라도 온길까?


"네-에"



찰칵



문을 열었는데 앞에 서 있던 것은 택배 배달원이 아니었다.




"에ㄹ... 아야세."


에리치라고 부를 뻔해서 급하게 고쳤다.

너무 만나고 싶어서, 너무 보고 싶지 않은 사람.


에리치가 얼굴을 조금 찡그렸다. 내가 너무 한심한 꼴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 어떻게 된 거가? 용케 우리 집 알고 있었구마."


언제나처럼 웃는 얼굴은 되어 있는 걸까.


"선생님한테 들은 거야."


"그, 그렇게 된거구마? 깜짝 놀랐데이 와아."


선생님, 개인 정보의 취급은 확실히 부탁드립니다. 하고 마음속으로 불평했다.

이런 깜짝 이벤트, 내헌테는 조금 자극이 강하니께 말이제.



"어째서 오늘 쉬었던 거야."


"뭐?"


예상 밖의 말에, 무심코 바보 같은 목소리가 나왔다.


───혹시 에리치. 내가 걱정되어서 와준거가?

해사하게 펴 지려는 얼굴을 필사적으로 참았다.


"...내 잘못이야?"


에리치가 고개를 숙이면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다음에 이어지는 뜻밖의 말에 사고가 붕 떠오른다.


"내가 말이 심했기 때문에 당신이 학교를 쉬었다고. 모두에게 말을 들었어."


반의 모두가 불필요한 말을 해줬던 거다.




"그러니까 사과하러 가라고. 담임도 말해서 오지 않으면 안 되게 됐어."


그 말을 듣고 단번에 냉정하게 됐다.


───아, 그렇구마. 에리치 스스로 한 행동이 아닌 거야. 왜 들떴던 거가 내.


"그렇나? 폐 끼쳐서 미안하데이. 단지 배가 아팠던 것뿐이었으니 말이제."


거짓말. 사실은 당신 앞에서 웃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으니까.


"하루 종일 잠만 잤더니 좋아졌구마."


거짓말. 사실은 어제부터 전혀 잘 수 없었다.


"월요일 날, 모두에게 사과하고 오해 풀어 놓겠데이."


거짓말. 사실, 왜 다 에리치를 비난했던 것에 화내고 싶다.


"벌써 어둑하구마, 빨리 돌아가는 편이 좋을기라?"


싫어. 역시나 얼굴을 보니, 함께 있고 싶다고 생각해버려.


"아야세."


에리치라고 부르고 싶어.


조금 긴 침묵 후 에리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 알고 있어?"


동정하는 듯한 시선이 꽂힌다.


"응? 뭐가 말이가?"


본심을 들키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모르는 척했다.


"너 말야. 말과 표정이 맞지 않아."


───아.


"하고 싶은 말 있다면 하도록 해."


그런 말...


"곧 버틸 수 없게 될 거야."


그런 말...


"게다가, 그런 붙여 놓은듯한 미소만 짓고 있다간고 진심으로 웃지 못하게 될지도 모르고."


그,런 말..


"그리고 말하는 김에 말하는 거지만. 당신 나한테 말을 걸 때마다 신경 쓰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이제 더 이상 말 걸지 말라고 한 거야."


그런.. 말들...


"알았으면 앞으로는 내게 "그런 말, 에리치에겐 듣고 싶지 않아!"


스스로도 깜짝 놀랄 정도로 큰 목소리가 나왔다.


"에리치가 내의 뭘 아는데!"


넘쳐버린 말들은 멈추지 못했다.


"내가 왜 칸다에 돌아왔는지 알고 있나?"


지금까지 애써 웃는 얼굴로 숨겨 왔었는데.


"어떤 생각으로 매일 에리치에 말을 걸고 있었는지 알고 있어?"


이렇게 될 거였다면 처음부터 말했었으면 좋았을 텐데.


"나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그런 식으로 대할 수 있을 만큼 좋은 인간 아니야."


모처럼의 사이비 칸사이 사투리도 감정적이 되면 쉽게 표준말로 변해 버렸다.

단숨에 내뱉은 말들에 약간의 냉정함이 돌아왔다.


───묘진님 미안. 역시 내는 서투르니까. 무리였던 것 같구마.






길고 긴 침묵.





───그래. 집에서 쫓아내기 전에 싫은 소리의 하나라도 해둘까.



그렇게 생각하고, 나직이 중얼거린다.



"기억한 것은 내 뿐이었던 기다..."


그 말을 듣자 에리치가 퍼뜩 고개를 들었다.

동요와 혼란스러워하는 듯한 표정.


───이 말을 듣고도 모르는 것 같네. 역시 기억하고 있지 않는 거야.


이제 어떻게든 포기할 수 있다.

바라는 대로 앞으로는 에리치에게는 말하지 않도록 할 거다.

그것이 그녀의 바람이니까.


"이제 됐잖나? 아야세, 돌아가."


현관을 열면 문 손잡이에 손을 뻗었다.





에리치에 의해 손목이 잡혔다.


"놓아달레이. 현관 문 못 열잖나."


"싫어."


왜 이제 와서 이런 일을 하는 거야.

이유를 모르겠어서 조금 짜증이 났다.


"됐으니까 놓그라."


"싫어."


게다가, 끈질기다. 에리치 쪽도 전에 내가 말을 걸어왔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그렇다면 역시 내가 한 일은 잘못됐었던 게 틀림없다.


"내가 싫데이."


"그렇게 말해도 놓지 않아."


"이제, 그만해!"


조금 강하게 저항했다.

그러자 에리치의 손이 풀려서 가방이 떨어진다.



사륵 사륵 사륵



교과서나 프린트가 현관으로 흩어졌다.



"뭐 하는 거야."


역시 에리치도 짜증이 났는지, 평소보다 더욱 낮은 목소리를 냈다.


"미, 미안."


반사적으로 사과하고 흩어진 가방의 물건들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교과서와 프린트의 안에 숨은 작은 주머니가 있었다.

왠지 신경 쓰여서 손으로 잡아 올렸다.


"이, 이거..."


그건 어린 시절의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보물이었던 것이며,

멀리 가버린 친구에게 선물했었던 것이었다.








약속이 이루어질 때(約束が叶うとき)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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