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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번역/지문/진지

약속이 이루어질 때 (完)

도서관알바 2017. 9. 5.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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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안에 있는 것은 색이 바랜 작은 주머니.

그리고 그 주머니 안에서는 조그만 무게가 느껴졌다.


어린 시절의 보물.

다시 돌아오리라고 기대한 것.

그렇지만 이제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포기한 것.


그것이 지금 눈앞에 있다.


말을 잃고 멍하니 서 굳어 있던 에리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 돌려줘!"


내의 손에서 그걸 빼앗으려는 에리치.

재빠르게 뒤돌아서, 잡히지 않도록 몸을 숙였다.


───그래, 안에는.


에리치를 피해 신발을 신은 채 그대로 실내로 도망쳐, 내용물을 확인한다.



타악



주머니 안에서 떨어진 것은 예쁜 하늘색의 구슬이었다.

몇 년 만에 나타난 그 구슬은 당시의 빛을 남긴 채 내의 손안에서 반짝반짝 빛난다.


신발은 벗은 에리치가 즉시 엄청난 속도로 달려왔다.

그렇지만 내가 내용물을 본 것을 확인하면서 갑자기 주저앉아 버렸다.







"..."


서로 아무런 말도 않은 채 시간은 흘러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침묵을 찢은 것은 나였다.



"…저기, 에리치... 내였던 것 알고 있었어?"


궁금한 것은 산더미처럼 있었지만 일단 확인하고 싶었다.


무거운 입을 열고 고개를 떨군 채 에리치가 대답한다.


"…그래."



───다행이다. 잊혀진 졌던 것은 아니었던 기다.


이유야 어찌 됐건 에리치가 내를 기억해 준 것이 기쁘다.


"언제 안거가?"


"계단에서 말을 걸어왔을 때."


───뭐, 에리치 교실에 오는 거 늦었었고..


"정말 놀랬어. 정말이지."


"깜짝 놀랐던 건 내 쪽이레이. 에리치 정말 분위기가 달랐으니까. 그렇게 미소가 멋진 아이였었는데 어떻게 된 거가? 굉장히 걱정 했데이."


"미안, 합니다."


"무슨 일 있었나?"


에리치는 각오를 정한 듯 숨을 입고 얼굴을 든다.


"그래, 이제 조용히 있어도 소용 없을 테고. 얘기할게. 너와 헤어진 후를..."








에리치의 과거 이야기는 솔직히 귀를 막고 싶어질 정도의 이야기였다.


러시아로 이주하면서 에리치는 근처의 초등학교에 편입했다.

그러나 원래 일본에 살던 시간이 길었었기 때문에, 에리치는 러시아어를 거의 이야기하지 않았다.

상대가 말하는 것은 어느 정도 알아도, 대답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에리치는 반에서 붕 뜨기 시작했다 "쟤는 아무 말도 안 하니까 인형이다"라는 소리까지 듣게 되었다.


그리고, 가족에게는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아서 필사적으로 학교 일들은 숨겼다.

부모님은 "어렸을 때는 말도 빨리 배우고 학교도 괜찮을 것"이라고 현지 학교에 편입시키는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로 에리치는 집에서 "학교 즐거워"라는 거짓말을 했고, 가족들도 그것을 믿고 있었다.


배우고 있는 발레에서도 에리치는 힘들어했다.

일본에 있을 때는 다른 아이들 보다 잘했었지만, 곧 일본과 러시아 수준의 차이를 실감하게 되었다. 따라가는 것조차 힘들어, 매일 상당한 시간을 연습에 투자했다.

그러나 목표로 해온 콩쿠르에서 예선 탈락. 결국 크게 다치고 앞으로 발레를 할 수 없게 되고 말았다.


그리고 중학 2학년 때 일본으로 돌아지만.

이번에는 그 눈에 띄는 외모 때문에 고생했다.

"일본어 할 수 있니?" "불량한 거 아냐?"라는 사실이 아닌 소문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하고 에리치에게 말 거는 사람은 없어졌다.

러시아에서의 일도 있었기 때문에 깃들은 자기 먼저 말을 걸거나 하는 기력도 없었다.

언제부터인가, 에리치는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다.

타인과 관련되는 일은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혼자가 가장 편할 것이라고...


이야기 도중 에리치는 울 것만 같았다.

하지만 필사적으로 눈물을 참고 말을 이었다.


" 많이, 힘든 일이 있었지만..., 이것 덕분에 열심히 지낼 수 있었어."


그렇게 말하고, 구슬을 잡아 손에 꽉 쥐었다.


"매일 빠짐없이 가지고 다녔어. 안 좋은 일이 있으면 살짝 움켜쥐거나 구슬을 빛에 비추기도 하고....."


아까까지의 고통스러운 표정이 아니라 조금은 부드러운 표정.


"...항상 노조미를 떠올렸어."


───아.


꾹, 꾹. 가슴이 답답해진다.

오랜만에 불려진 이름. 하지만 매일 듣던 것처럼 안심되는 울림.

그리고 내가 버팀목이 되어 줄 수 있었다는 기쁨.

그리고는 더 이상 말로 표현하지 못할 무언가.


다양한 감정들이 복받쳐 올라 몸이 뜨거워진다.



"지금까지 그렇게 대해서, 미안해."


"별로 신경 쓰지 않는데이. 에리치에게 뭔가 있었을, 거라는 건 어쩐지 알 것 같았으니까..."


"노조미에게 이렇게 비참하게 되어 버린 나를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 알려주고 싶지 않았어."


"에리치는 비참하지, 않아."


에리치가 쥐고 있지 있지 않은 팔로 살짝 에리치를 끌어안았다.

순간 에리치의 몸이 굳었지만, 곧 몸을 맡겨 주었다.


"노조미와 만나면 이렇게 응석 부려 버리게 되는 거 알고 있었는데.."


"…어리광 괜찮지 않나?"


"안 돼. 지금 내가 이렇게 되어 버린 건 내가 제대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니까. 나 자신의 책임에 노조미를 끌어들이고 싶지 않아."


"내는 별로 말려든다고 생각하지 않는구마?"


"나 때문에, 노조미까지 혼자가 되어 버리잖아. 그래서, 멀리했던 거야."


아무래도 뒤에서 돌았던 여러 가지 말들을 에리치는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정말 서로 서투르잖아.


"에리치, 내 얘기 들어 주지 않겠나?"


어깨의 앞쪽에 얼굴을 묻은 채로 끄덕하고 고개를 끄덕여오는 에리치.


"내는 처음에 에리치에게 잊혀진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데이."


"그럴 리가 없잖아!"


갑자기 고개를 들었기 때문에, 깜짝 놀랐다.

얼굴이 가깝다.

부끄럽게 되어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으, 응. 고맙구마. 하여튼 간에, 만약 잊지 않았다면 에리치는 왜 그러는 걸까 하는 생각을 했데이."


"..."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내는 에리치가 말하고 싶지 않은 무언가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결론에 이르렀었던 기다."


"노조미는 뭐든지 알고 있네."


" 그렇지 않구마. 참견했기 때문에 결국 에리치를 더 고생시키지 않았나.."


"...아니, 사실 기뻤어. 매일 말 걸어 주는 것도 하교 시간과 점심시간에 같이 있자고 해 주는 것도."


"그렇담 한 번쯤은, 오케이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건 안돼. 널 말려들게 하지 않을 거라고 결정했는걸."


"하아…."


일부러 큰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에리치는 서투르구나.


"에리치."


최대한 친절하고, 부드럽게 이름을 부르며 팔에 힘을 실었다.


"그런, 혼자 해결할 수 없는 것들도 둘이서라면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데이."


에리치는 묵묵부답.


"그러니까 내와 같이 해결하제이?"


천천히, 에리치가 얼굴을 든다.


"다시 한번. 내와 친구가 되어주지 않겠습니까?"





그 순간 에리치의 눈에서 왈칵하고 눈물이 넘쳤다.

구슬을 살짝 바닥에 두고 이번에는 두 팔로 에리치를 껴안는다.


내의 등에 꼭 팔을 두르고 옷을 양손 가득 움켜쥔 채로 어린애처럼 엉엉 우는 에리치.


───계속, 참았던 거구나.


그래그래, 하고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에리치, 대답은?"


울고 있는 에리치가 너무 귀여워서.

마치 아이를 달래고 있는듯한 기분이 되어버렸다.


"저..야 말로…. 나..와…, 친구가, 되어 주세..요."


중간중간 울음에 끊겼지만, 열심히 대답해 주었다.


에리치 덕분에 덩달아 울음이 나오는 것을 꾹 참고,


"잘했어요."


하고 머리를 쓰다듬는다. 어깨의 앞쪽은 에리치의 눈물로 전부 흠뻑 젖어버렸다.


"이제는 내를 믿고 응석 부려달레이?"


"응."


"약속해?"


"..응. 약속."


부드럽게 서로의 새끼손가락을 얽고, 이마를 맞춘다.





겨우 이루어진 어릴 적의 약속.

움직이기 시작한 두 사람의 시간.


앞으로 소중히, 소중히 간직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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