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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번역/지문/달달

Ready to Run My Love (完)

도서관알바 2017. 10. 5.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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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시작할 수 있을지도.

최고의, 사랑을.

 

 

 

 

 

붉고, 붉은 저녁노을과, 그녀의 미소.


싫어, 라고는 말 못했다.


말하면, 전부 예전부터의 일, 모두 사라져 버릴 테니까.

 

 

 

 

 

『니코쨩한테는, 보물, 있어…?』

 

조그만 마키쨩이 슬픈 듯, 니코의 손을 잡아 끌며 말한다.

그만해, 그런 표정. 이 세상이 끝나 버린 듯한 표정 짓지마.

니코가 상처입힌 것 같잖아.

 

목소리를 내서, 살짝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지만 마키쨩을 만질 수는 없다.

조그맣고, 작은 그 몸이 떨리고 있다.

 

 

『니코쨩의, 보물이, 되고 싶어』

 

당연하지.

니코의 보물은 언제든지, 마키쨩하고 함께 있었던 시절이야

그러니까, 그런 슬픈 표정 짓지마… 응?… 부탁이야.

 

 

 

부탁이야, 그런 눈으로 바라보면… 니코가 도망친 거… 후회해 버리니까.


그게 맞아. 전부, 보물로 만드는 건, 그게… 맞다, 구.

 

 

 

 

「…꿈…?」

 

 

무거운 눈꺼풀을 열자 평소와 다름없는 천장.

어쩐지 춥더라니…, 하고 침대 발밑에 떨어져 있는 이불이 눈에 띈다.

3월이 됐지만, 아직도 기온이 오르지 않고, 연말은 끝나지 않는다.

매일같은 잔업과 연속 근무로 몸은 녹초가 됐다.

겨우 어제, 12시 전에 잠들었다 했더니, 이거다.

이상한 꿈을 꾸고, 이불은 못덮어서 조금 한기가 돈다.

 

「감기, 걸렸으려나…?」

 

열이 나는지 모르는데, 일부러 자신의 이마에 손을 댄다.

…역시 모르겠다. 목이 조금 아픈데, 건조한 탓인가.

 

슬슬, 준비해야지하고 머리맡에 있는 휴대전화 화면을 확인했다.

응, 지각은 안하는 시간에 일어났다.

 

―이거, 내 번호―

 

「…읏!」

 

그녀의 목소리가 머리에 울리자, 머리를 크게 흔들었다.

전까지는 없었던 그녀의 조각이 여러 곳에 존재해 싫어진다.

 

「자~ 오늘도 일하자」

 

침대를 빠져나와, 으~음하고 기지개.

쓸데없는 건 생각하지 않는다. 이건, 사회인의 철칙.

 

그녀의 마음에 대답할 수 없었던, 자신의 모습 따위 떠올리고 싶지 않다.

 

재킷과 와이셔츠를 옷장에서 꺼내 거울을 보며 자신에게 댄다.

어느 틈에 이런 어른스런 옷을 입게 됐구나하고 어쩐지 기가 찬다.

그 시절처럼 좋아하는 옷을 입고, 좋아하는 만큼 웃는 일 따위 드물었다.

 

문득, 거울 옆에 있는 액세서리함이 눈에 들어온다.

 

새빨간 리본. 그날, 마키쨩과의 데이트에 달고 갔던 리본.

 

귀여워라고 말해 주었다.

이쪽이 좋다며.

하지만, 그런 마키쨩을… 니코는….

 

「또 생각해버렸어…」

 

그날부터 이것의 반복이라 싫어진다. 머리를 붕붕 다시 흔들었다.

 

싫증날 정도로 떠올린다.

벌써 그날부터, 1주일 좀 지났는데, 전부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서늘한 표정, 하지만 같이 놀러 갔을 때는 조금 어린아이같아서

조그만 손바닥이었던 그녀가, 아름답고 보들보들한 손이 되었다는 것

 

왜일까, 별로 자신에게 있어서 최선의 선택이었을텐데.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건, 생각한다는 뜻일까.

 

「자~ 일하자! 응, 일하고 있으면 괜찮아」

 

자, 거울 앞에서 웃자. 평소 같은 미소.

닛코니코한, 마법의 미소. 아무도 걱정하지 않는, 마법의 미소.

 

 

 

 

 

「으~…」

「요즘 끙끙대기만 하시네요. 소에요?」

「…으우~. 뭣, 소아니야! 뭔 소리야!」 (※もう(모우/정말)는 소울음소리랑 같은 소리, 대충보자)

 

일이 일단락된 점심시간. 평소처럼 후배와 구내식당에서 점심.

후배는 여전히 독설을 던지지, 일은 바빠서 녹초가 됐지.

연말이 이렇게 바빴었나.

 

「선배, 요즘 뭐에 홀린 듯 일하지 않아요? 잔업 장난아니던데」

「아니 뭐 연말이잖아. 경리가 홀린 듯이 일 안하면 어쩔건데」

「그렇긴 한데요, 뭔가 엄청난 얼굴로 일하고 있으니까. 뭔~일 있었나해서요」

 

아, 부장님한테 싫은 소리라도 들었어요? 라고 그녀는 웃으며 놀린다.

별로 아무 일도 없다. 그저 조금 일에 몰두하는 편이 편할 뿐이다.

여러가지, 그 애의 얼굴, 떠오르지 않도록 하고 있을 뿐.

일해서 컴퓨터 속의 숫자를 보고 있으면 안정돼.

해야할 일이 그곳에 있고, 그거만 보면 되잖아.

왜냐하면 그 편이 편하다는 거, 니코 알고 있으니까.

 

「그러고 보면, 선배는 그다지 자기 얘기 안하시네요?」

「…갑자기 뭐야」

「아뇨 그게, 그렇게 예쁜 친척애가 있다는 거 몰랐으니까요」

 

햄버그스테이크를 잘라 나누던 젓가락이 멈춘다.

얼굴을 들자 후배의 미소. 갑자기 뭔데. 아마 지금 엄청 멍청한 표정하고 있을 거다.

 

「그러냐」

「그렇게 예쁜 애, 선배하고 같은 피가 흐른다니 생각할 수 없잖아요」

「…뭐, 그렇지」

「게다가, 좀 좋은 분위기같아 보여서, 틀림없이」

「………으윽! 그렇게 보일 리 없잖아!!」

 

무심코, 무심코지만, 목소리를 크게 내고 말았다.

젓가락을 식탁에 내팽개치며, 힘껏 의자에서 일어나 버렸다.

어째서 이렇게 흥분했는지 모르겠다.

왜일까, 눈앞이 새빨개졌다.

 

새빨간 저녁노을, 마키쨩의 미소, 싫어질 수 없는, 미소.

 

기억나게 하지 마, 여러가지, 기억나게 하지 말아줘.

 

그때의 마키쨩의 표정, 이라든지

그때의 니코가 했던 말, 이라든지

그때의 저녁노을의 빛, 이라든지

 

전부, 전부, 잊어버리지 않으면 안된단말야.

 

그런데, 「좋은 분위기?」 뭐야 그거… 진짜, 어떻게 된거 아냐.

 

 

 

「선배, 의외로…」

「윽…! 뭐가!」

「목소리 짱 크네요. …놀랐어요」

 

눈앞에는 당황한 후배. 문득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됐다는 것을 깨닫는다.

주변을 조마조마하며 살핀다. 그러고보니 여긴 구내식당이었다.

미안…하고 작게 후배에게 사과하고 의자에 고쳐 앉는다.

 

바보, 같다. 울컥하고. 듣고 싶지 않은 거였어?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였어?

초조해서 큰소리를 내고 부정하고 바보같다, 정말… 바보, 같아.

 

꽈당, 하고 의자에 고쳐 앉는다.

눈앞에 있는 햄버그스테이크 정식이 전혀 내키지 않는다.

아아, 오늘 맛있어 보였는데. 기분 하나로 식욕이 변해 간다.

 

 

「아~ 정말! 선배! 오늘 한잔 하러 가요!」

「하? 하아!?」

「뭔가 꿀꿀해보이고! 네? 요전 제 남친후보 부를테니까요!」

「하아!?」

 

 

갑자기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얘는.

하지마, 라고 소리를 내서 멈출 틈도 없이, 그녀는 재빠르게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하기 시작했다.

 

「멤버, 모아둘테니까요! 자, 빨리 드세요! 점심 휴식 끝나겠어요!」

 

저항할 수 없는 미소로 그렇게 단호히 말하자 가슴속이 근질거렸다.

그녀가 전화 건 상대와 뭔가 이야기 시작하는 걸 보면서 눈앞의 햄버그스테이크정식을 단숨에 먹는다.

뭐냐고, 정말. 작작 좀 해.

 

최악… 이런 때에, 그런 술자리라니. 더구나 인생 첫번째… 미팅이겠지, 분명.

 

뭐, 괜찮으려나.

뭔가로 시름을 덜어내는 편이, 편하겠지.

니코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 생각하고 싶지 않단말야.

 

 

 

오늘은 잔업 금지에요, 라고 후배에게 일하는 사이에 계~속 들었기 때문에

오랜만에 잔업하지 않고 정시에 퇴근. 수고하셨습니다.

 

코트를 입고 밖으로 나가자 벌써 3월인데도 묘하게 추워져 있었다.

 

「춥다…」

「어지간히, 봄은 안오네요」

「…그러네」

「그럼, 갈까요!」

 

망설이지 말고 고~! 고~! 라고 밝은 목소리랑 미소를 띤 후배에게 끌어 당겨진다.

아~아, 무슨 얘기를 하면 되려나. 모르는 사람들하고. 소주라도 마실까… 관심들 가지려나?

아니지, 이런 건 누군가의 취향을 노리고 귀여운 걸 마셔야 하는 건가?

잠깐, 별로 그런 거잖아.

대충 보내고, 대충 끝나면 돼.

 

니코의 왕자님은 분명히, 없으니까.

 

없다구, 쭉.

 

 

 

체인점 선술집에 도착해, 후배가 모은 사람들과 인사를 주고 받는다.

뭐, 그런대로의 사람들. …이런 거 제법 긴장하려나하고 생각했지만 그렇지도 않다.

자리에 앉아, 마실 것을 주문하고 가볍게 자기소개.

야자와 니코에요, 라든지 말하자 상대들은 「귀엽네~ 몇살?」이라고 나이를 물어왔다.

실례잖아? 꽉찬 27살인데요.

 

「27살로 안보여」라든지

「엄청 귀엽네」라든지

「쉬는 날 뭐해?」라든지

「그 옷 귀엽다?」라든지

 

잔뜩 여러 사람에게 질문 받는다.

 

「27살이에요」라고

「그런, 귀엽다니 그만하세요」라고

「쉬는 날엔 쇼핑해요」라고

「일할 때 입는 옷이니까 그렇지는」이라고

 

잔뜩 여러 사람에게 대답한다.

 

 

오지 않는 게 좋았다.

진짜로, 오지 않는 게 좋았어.

이거라면, 자신이 누군지도 몰라. 익숙해져 버린 만들어낸 미소로 웃고 웃고 술 마시고.

이게 미팅이라는 녀석일까. 이런거 경험안해도 되잖아.

왜냐하면 재미없다.

 

왜냐하면, 재미없어… 마키쨩

 

 

「아…」

 

봐, 또.

여러 사람하고 얘기해도, 그녀가 떠오른다.

잊으려 해도, 그때의 표정이 니코의 머릿속에 나타나.

 

잊으려 한다는 건, 잊을 수 없다는 뜻일까.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건, 생각한다는 뜻일까.

 

모르겠어, 정말.

술은, 세고. 하이볼은, 잘 못하고. (※ 하이볼 = 위스키에 소다수를 넣고 얼음을 띄운 음료)

오징어 튀김은, 딱딱하고. 애초에 오징어, 안좋아하고.

몰라, 좋아한다든지, 그런 거.

 

빙빙, 돈다. 술과 모두의 메마른 웃음 소리가.

 

뭐야 이거… 전혀 즐겁지 않아

 

 

『니코쨩이…』

 

 

마키쨩… 니코는말야

 

니코는… 뭐였지… 것보다… 큰일났다, 머리, 아파.

 

꽈당하고 큰소리가 나자 깜짝놀란다.

아무래도 자신의 음료를 떨어뜨린 모양이다.

모두 당황하며 물수건을 내밀어 주고, 점원을 불러주었다.

이렇게 여러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데 전부 슬로모션으로 보인다.

 

어째서, 여기 있는 걸까하고 또 생각해 버린다.

 

「서, 선배 괜찮아요!?」

「…으~, 그럭저럭」

「저기, 바래다줘」

「그래, 내가 니코쨩 갖고간다~」

 

친한 듯이 몸을 만져댄다.

토할 것 같다. 이거, 술 때문이 아니다.

싫은 기분이 든다. 어째서? 누군에게 만져진 적이 없었으니까?

 

아니야.

 

마키쨩한테는 만져지고, 키스당해도 싫지 않았다.

 

어째서?

 

 

알아.

 

이젠, 알고 있다구.

 

 

 

 

그녀에게만 만져지고, 싶다는 것쯤.

 

 

 

 

 

 

「저기, 진짜 괜찮아?」

「이제 여기까지면 돼요」

 

발걸음이 비틀거린다, 라는 이유때문에 잘 모르는 녀석이 바래다주는 돌아가는 길.

최악…. 따라오지 말라고 몇번이나 말했는데, 친한 듯 만져댄다.

그만해, 진짜로. 요즘 이런 일뿐이다.

 

 

「어디서 쉬다 갈래?」

「아뇨, 정말 괜찮아요. 여기까지, 면」

「여자애를 내버려둘 순 없잖아」

 

그렇게, 진지한 얼굴로 말해도 멋있지도 아무렇지도 않다.

오렌지빛 가로등이 니코를 비춘다. 그 위에는 도쿄인데도 오늘은 잘 보이는 별이 가득한 하늘.

마키쨩, 별 좋아했었지… 별똥별, 같이 찾았었잖아.

 

아아, 봐, 또.

떠올리고, 애달퍼진다.

상처입히고 도망친건, 니코, 인데

 

「저기~, 진짜로 괜찮아?」

 

따라온 남자에게 팔을 잡혔다.

아, 이거… 전에도 있었다. 마키쨩하고 다시 만난 날에, 있었다.

꽉하고 팔에 힘이 모이면 저항할 수 없을 정도로 세서, 무서워진다.

 

싫어, 싫어…

 

무서워, 왠지는 모르겠지만, 무서워…

 

 

「괘, 괜찮아요!」

「진짜로 쉬다 갈까? 응?」

「괜찮다니까요!!」

 

팔을 떼어내려 열심히, 힘을 내지만, 전혀 의미가 없다.

저항하는 니코에게 상대가 점점 짜증내는 게 전해져 온다.

이런거 어렵다. 상대의 감정이 보여 오는 거, 진짜 싫어.

 

싫어… 싫어! 싫어!!

 

「괜찮잖아. 별로. 그녀석의 아는 사람이고, 그럴 생각으로 오늘 참가한잖아?」

「아, 아니야」

「진짜로, 나, 마음에 들어 버렸다고, 니코쨩이」

 

친한 듯이, 이름 부르지마.

만지지마, 가까이 오지마.

껴안으려고, 하지마

 

 

무서워.

 

무서워… 마키쨩…

 

 

「살려줘, 마키쨩…!!」

 

 

 

이름을 부르고, 깜짝 놀랐다.

눈앞의 그는 눈이 점이 되어 있다. 뭐? 누구? 라고 물어온다.

 

큰일났다, 어째서

 

어째서 이름, 불러 버린거지…

 

도와주러 올 리, 없잖아.

 

그렇게 심한 짓을 한, 니코한테.

 

도망친 니코를, 쫓아와줄 리, 없어.

 

어쩐지 눈에 눈물이 고여 있다는 걸, 알았다.

감정이 너무 뒤죽박죽 꼬여서 잘 모르겠다.

 

눈앞의 그는… 변함없이 히죽거린다.

 

기분, 더러워.

 

싫다, 이래선 그때랑 정말로 똑같아.

 

혼자서 벗어나야 해.

 

지금까지 힘내서 왔는 걸… 혼자서… 힘내야 해…!!

 

 

 

 

 

 

「이봐…」

 

시야가, 기우뚱. 눈물 색.

 

갑자기 나타난 그 뒷모습이 가로등의 오렌지빛을 짊어지고, 반짝, 거리고 있었다.

 

 

 

 

 

「…내 공주님을, 만지지 말아 줄래?」

 

 

 

 

 

있잖아, 어느새 그렇게 커진 거야?

니코가 살려달라고 생각하면 날아와 주는 거야?

 

니코가, 지금 필요한 건 역시… 마키쨩, 인걸까.

 

당당하게 나타난 마키쨩은, 처음 도와줬을 때하곤 조금 달라서

교복을 입고, 조금 떨고 있었다.

묘하게 냉정한 머리로 마키쨩 무서운 걸까? 하고 생각한다.

 

 

「니코쨩, 도망갈 거야」

「어!? 어!?」

「도망치는 게, 이기는 거, 잖아?」

 

뒤돌아본 굉장히 멋진 마키쨩에게 팔을 붙잡혀

어리둥절하고 있는 그를 놔두고 달리기 시작했다.

끌어당겨지듯 따라간다. 다리가 엉킨 것 같으면 마키쨩이

뒤돌아 걱정스런 표정을 짓는다.

 

언제든지 쫓기고 있던 그 뒷모습

지금은 이제… 니코의 시야 가득히 번지는… 커진 마키쨩의, 뒷모습.

 

 

하아하아, 하고 숨이 찬다.

달리고 달려서, 도착한 건 니코의 집 앞.

작은 아파트 2층. 문앞에서 마키쨩하고 숨을 가눴다.

자신의 방문에 등을 대고 마키쨩 쪽을 돌아본다.

팔자 모양이 된 눈썹. 흔들리는 아름다운 머리카락. 땀이 난 피부.

하지만, 눈동자는 계속 니코를 본 채여서…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읏… 마키쨩… 어, 째서」

 

간신히 숨을 가누고, 그녀에게 의문을 부딪친다.

어째서, 와줬어, 어째서 살려줬어.

그렇게 심한 소릴 했는데, 어째서, 라고

 

계속 하고 싶은 말은 좀처럼 잘 나와주지 않는다.

입을 뻐끔거리며 계속 움직이고 있자, 마키쨩은 과장되게 어깨를 움직이며 한숨을 쉬었다.

 

 

「위기에 처하면, 구한다고 말했잖아」

 

그렇게 말하며, 문에 기대고 있는 니코에게 바싹 다가와

큰 소리로 문에 손을 짚고 접근해 온다.

 

「그럴려고… 큰 거야」

 

그 시절과 역전된 키차이때문에 창피할 정도로 그녀의 얼굴이 가까이 왔다.

니코의 귓가에서, 속삭인 말은 굉장히 아름다운 소리를 타고 전해진다.

 

 

가까워, 마키쨩.

너에 대해서, 잊고 싶어서, 도망치고 싶어서… 다시 만나기 전의 니코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되는데.

눈앞에서 그렇게 눈동자 흔들지 마.

 

「…포기할 줄 모르는 점, 안고쳤어?」

「고쳐질 리 없잖아. 아마 앞으로도 계속 이대로일 거야… 10년씩이나 포기 안했는데?」

 

그렇게 상냥하게, 부드럽게 웃는다.

상냥하게 대하지마. 그날, 니코 상처입혔다구?

분명히 힘껏 어른스러웠던 마키쨩을, 친척아이, 라고 말했고.

그런식으론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고. 좋아하지 않아, 라고 말했는데?

 

그런데 어째서, 위기에 처했을 때 나타나선

이렇게 멋있게 마음을 휘저어 버리는 걸까.

 

어른은 여유가 있는 게 아니야.

여러가지를 포기하고, 못본척해 가는 걸로 어른이 되는 거야.

상처입는게 무서우니까, 도망치는 거야.

 

밀쳐내야한다.

힘껏, 밀쳐내서 더는 쫓을 수 없도록.

나이차이라든지 그런거 전부 이유로 삼아서말야, 니코 앞에 나타나지 못하게 해야만 해.

 

「그만해, 마키쨩. …니코, 마키쨩을… 싫…」

「이거」

「…어?」

「…나중에 읽어. 그리고나서 해. 지금부터 하려고 한 말은」

 

뭔가를 헤아린 마키쨩이 몸을 떼어내고 주머니에서 예쁜 편지지를 꺼낸다.

…랄까, 종이? 맞지?

마키쨩에게 손을 붙잡혀 억지로 건네받는다.

예쁘고, 예쁜 새하얀 편지지를.

마키쨩은 어안이 벙벙한 니코를 보고 조금 부끄러운듯 시선을 자유로이 했다.

 

 

「이제, 익숙하니까」

「뭐가?」

「니코쨩 쫓아다니는 거. 붙잡는 것도. …그러니까, 얼마든지 상처받아도 멀쩡해.

   일부터 상처입히려고 해도, 의미 없으니까」

「…뭐야, 그거」

「부탁이야. 그거 읽어줘. 시간, 없으니까…. 부탁할게」

 

부탁해, 하고 마지막으로 양손으로 니코의 손을 감싼다.

그리고 니코의 뺨에 가볍게, 키스를 떨어뜨린다.

 

아아, 입술 부드럽다. 옛날에, 닿은 입술하고 별로 다르지 않네.

어린애네, 마키쨩. 기분 밀어붙이는 거 익숙해.

 

「그럼, 갈게」

 

슬쩍, 몸이 떨어져 간다.

마키쨩의 온기가, 떨어진 순간, 밤바람에 날려 사라지고 만다.

계단을 내려가는 뒷모습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바라보고 있다.

 

그녀는… 너무 강하다.

 

 

「편지, 같은거… 볼 리… 없잖아…」

 

예쁜 편지지를 꽉 쥔다.

이런 때에, 이건 뭔데. 분명히「 좋아해」라든가 그런거 써있을 거잖아?

문에 기대고 있던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게 되서, 털썩 지면에 주저앉아 버렸다.

 

밤하늘은 그다지 올려다본 적 없지만

오늘은 잔뜩 별님이 보인다.

 

자신이 너무도 작다고 느껴졌다.

 

예쁜 편지지, 안에 가득 차있을 틀림없이 반짝거리는 연심.

오늘의 별님처럼, 아름답게 빛나고 있겠지.

 

 

외톨이 공주님이, 그걸 받아들일 리 없어.

왜냐하면, 니코는 공주님같은게 아닌걸, 마키쨩.

 

 

아름다운 유리구두도, 호박마차도, 예쁜 드레스도 없어. 그냥, 한사람의 여자아이야.

 

너처럼, 멋있게 사랑을 마주볼 수 없어.

 

 

왜, 눈물이 나올까.

울어도 의미같은 거 없는데.

 

 

어째서, 곁에 있어달라고 생각하는 걸까.


말할 수 있을 리, 없는데.

 

 

 

 

 

변함없는 이튿날 숙취.

회사에 가자 후배가 대단히 언짢은 얼굴로 니코를 봤다.

 

「안녕…」

「선배, 어제 그러고 괜찮았어요?」

「어?」

「…죄송해요. 이상한 자식 붙여 버려서요」

 

어쩐지 언짢은 이유는 니코를 바래다준 남자한테인 것 같다.

그자식, 형편 없죠. 라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선배 보내준 다음에, 가게로 돌아왔더라구요. 어디 데리고 들어갈라했는데

   이상한 고등학생하고 얽혔다고」

「아, 아아…」

「무~지 열받아서, 하이볼 부어버렸다니까요!!」

 

죄송했습니다! 라고 큰소리로 사과받았다.

별로 괜찮아라고 미소를 만들고 자리에 앉았다.

부장님한테 받은 자료를 대충 보며, 컴퓨터를 마주본다.

키보드를 두드리면 평소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내 공주님을, 만지지 말아 줄래?』

 

 

어제 그녀의 얼굴이 머리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편지는 아직 읽지 않았다. 가방에 들어 있다. 결국, 읽을 용기가 없었다.

뭐하고 있는 걸까, 니코.

이런 것만, 요즘 고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선배… 잘됐네요」

「하아? 뭐가?」

「왕자님, 구하러 와줘서요」

 

엑, 하고 옆을 보자 히죽거리는 얼굴을 한 후배.

 

「저, 꼭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

「에, 아니, 뭐가?」

「친척 아이가 아니라는 거 알고 있다구요~. 그게, 그때 전혀 달랐으니까요.」

「하아? 무슨 얘기야」

「선배, 그 애랑 있을 때, 지금까지 중에 제일 귀여웠으니까요. 아, 선배 저 애 좋아하는구나라고요.」

 

딱 잘라 들어 버렸다. 전부, 말로 꺼내나와져 버린다.

말해 버렸다, 같은 표정으로 후배가 또 웃었다.

키보드를 치는 손이 멈추고, 손이 떨렸다.

 

 

「…뭔데, 그거. 웃을 소리가 아닌데」

 

힘껏, 후배를 노려봤지만 전혀 효과 없음.

장난스런 얼굴로 주스같은 걸 마시며 못 들은 척을 한다.

 

「선배는 알기 쉬우니까요. …고민할 시간있으면 고백하면 될텐데」

「야, 일하는 중이거든」

「일보다 중요한 거여서 말한 겁~니다.

   뭐랄까 여러가지 신경쓴대도 사랑에 빠지면 다 소용없죠」

 

그럼, 차 타올게요, 라고 후배가 일어섰다.

 

 

가방 속의 하얀 편지지를 보자… 어쩐지 눈물이 흘러나올 뻔했다.

편지지의 옆에 있는 휴대전화 화면이 빛났다.

…이런 때에, 뭐야.

휴대전화의 화면엔 변함없이「토죠 노조미」의 이름이 나타나 있다.

아~ 정말 귀찮다고 생각하면서도 살짝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나 복도로 나왔다.

 

하아, 이번엔 뭐야. 니코, 바쁜데.

 

 

「여보세요…」

「얏호~. 니콧치, 지금 개안나?」

「…너말야, 이 시간, 무지하게 일하는 중이라고 말하잖아」

「음~ 근디, 중요한 일이꼬, 말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아서~말이재」

「하아. 짧게 해.」

 

 

두리번거리며 복도를 오가는 사람을 보며 작은 소리로 말한다.

여전히 느긋한 목소리가 머리에 조금 울린다. 숙취같은 거 언제부터 생기게 됐더라.

 

「니콧치의 왕자님, 멀리 가버린다꼬 하더래이」

「…………하?」

「우선, 보고대이. 아~아, 불쌍한 니콧치. 데리러와준 왕자님한테 마음을 못열어서

   왕자님 놓쳐 버리는구마. 그 아 이상으로, 니콧치를 소중히 해주는 아, 있을 리 없는디~」

 

 

줄줄이 계속 말하는, 노조미. 이쪽의 기분따위 어찌 되건 계속 이야기한다.

잠깐만, 지금 뭐하고 했어? 멀리라니 뭐? 저기, 무슨 소리야?

 

「잠깐, 멀리라니… 무슨」

「정말~ 자꾸 도망만 치는 니콧치한테는 안 알려준대이. 뭐, 해외라도 요새는 떨어진대도 개안나앙카나」

「뭣!? 해외!? 자, 잠깐만 노조미」

「마키쨩 오늘 종업식 끝나면, 얼로 가버린다꼬 한대이~ 유학이라재~ 섭섭하대이」

 

 

눈앞이 기우뚱 일그러진 것 같다.

숙취로 머리가 아프다.

느긋한 노조미의 목소리가, 열받는다.

 

뭐야 그거, 못들었는데. 말해준 적 없는데.

 

 

『시간, 없으니까』

 

 

아…, 하고 어제 들은 말이 뇌 속에서 되살아난다.

저기, 어떻게 된 거야? 해외? 하? 멀리?

 

의미를 모르겠잖아…!!

 

 

「니콧치, 왕자님은 처음부터 왕자님일 거 같나?」

「하아!? 너 뭔 소리를 하는 거야!」

「공주님이 왕자님을 뒤쫓아가는 것도, 있지 않나?」

「자, 잠깐만!!」

 

 

고럼~하고 느긋한 목소리로 전화가 끊긴다.

몇번이고 귀를 대도, 무기질한 통화 종료음이 귀에 울릴 뿐이다.

 

뭐냐고… 모두, 제멋대로잖아.

후배도, 마키쨩도, 노조미도… 모두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말야.

잘 모르겠는 것만 말하고, 행복을 놓치지 말라고 하고…

 

행복해지고 싶어, 니코야말로.

외톨이는 더는, 싫다고 생각해.

 

아침에 일어나면, 누군가 있길 바란다고 느끼고

누군가를 위해서 뭔가를 해준다면 좋겠다고 느끼는걸.

 

어린애였어, 마키쨩. 엄청 어린애였다구.

 

『도넛, 먹고 싶어』

『마키쨩 도넛 먹는 법 서투른데도?』

 

 

초콜릿, 입 주변에 묻히고말야, 먹는 거 서투른 마키쨩의

입가, 손수건으로 닦아 주고… 그 애를 위해서라면 그때, 뭐든지 할 수 있었어.

그 시절은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았다. 자신에 대해서도, 마키쨩에 대해서도, 남의 눈이라든가 그런 것도.

 

하지만, 왜… 이렇게 도망치기만할까.

잘 모르겠어.

 

 

『시간, 없으니까』

 

 

니코야말로 더는, 시간 없어.

금새 아줌마가 돼버릴 거야. 안돼, 이걸론….

 

비참해서 울 것 같다.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고, 눈물이 흐르지 않도록 위를 보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눈앞의 일… 키보드… 자료… 묵묵히 일하는 동료들.

매일, 매일 같은 걸 반복해서…매일…매일.

 

아아, 안돼.

이걸론, 전혀 즐겁지 않아.

 

『마키쨩, 니코 얼만큼 좋아해~?』


『이, 이만큼 좋아!』

 

 

크게 양손을 벌려서 옛날의 마키쨩이 말한다.

아무리 떨어져 있어도 찾으러 와준 마키쨩이, 옛날에 말해 주었다.

눈물이 흘러나온다, 왜? 자신이 너무도 망가져서?

소심하고 겁쟁이라… 도망치기만 해서?

가방속 하얀 편지지가 눈에 띄었다.

눈물로 시야가 일그러지기 전에 그걸 손으로 잡고 주머니에 넣는다.

 

 

「잠깐, 커피 마시고 올게」

「네~」

 

옆자리의 후배에게 한마디하고, 식당으로 달려간다.

아직 점심 전의 식당은 아무도 없다.

반짝반짝, 태양빛이 들어오는 창가에서 마키쨩에게 어제 받은 편지를 열었다.

 

 

「뭐가 써있다는 건데…!!」

 

 

지금의 니코는 분명, 주변에서 보면 혼잣말만 하고 있고

눈물 흘리고 있는, 아마 의미를 모르겠는 사람일 거다.

 

이젠, 전부 상관없어.

누가 뭐라고 생각해도.

 

전부 상관없어. 있잖아, 마키쨩… 어떤 마음으로 편지 썼어?

 

편지지에서, 하얗고 아름다운 글씨가 가지런히 써있는 그 편지를 읽자, 가득 감정이 밀려왔다.

 

 

정말… 바보.

 

 

 

 

 

 

「니코쨩에게

 

 


쭉 전부터, 당신을 좋아했습니다.


10년 찾고, 겨우 찾아내서 기뻤어요.


당신을 만나기 위해, 아마 태어났다고 생각해요.

 


정말 좋아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계속.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여러가지 전하고 싶은 게 있었지만… 미안해요, 정작 쓰려고 하니


이것밖에 쓸 수 없었습니다.


이런 거하면, 또 어린애같다고 놀릴 건가요?

 


하지만, 쭉… 정말 좋아했습니다.

 


마키가」

 

 

 

 

울고 싶지 않은데, 어째서 이렇게 눈물이 떨어지는 걸까.

별로 운 적 없었는데, 어째서 이렇게 흘러나오는 걸까.

 

이젠말야, 무리야.

이렇게 예쁜 글씨로, 이렇게 서투른 편지, 쓰여져 있으면….

게다가 유학이라든지 해외라든지 한마디도 안써있는데.

어떤 가능성을 건거야? 잔뜩 들었어, 그 소리.

 

뭐냐고, 정말…

 

이젠말야, 니코야말로 전하고 싶어졌어.

무시할 수 없는 걸, 자신의 마음, 마키쨩의 마음.

 

아아, 정말!


어른은 왜 이렇게 귀찮은 거야… 아니, 니코만 그래!?


니코는 정말이지 귀찮은 인간이야….

 


정말, 좋아해… 바보야.

 

 

 

 

「부장님! 오늘 돌아갈게요」

「하아!?」

「후배가 전부 해줄겁니다!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착실했던 근무태도로 용서해주세요!」

 

 

서둘러 사무소에 돌아가 부장님에게 큰소리로 고한다.

눈이 동그래진 사이에 가방을 들고, 책상 위에 있는 자료를 후배에 책상으로.

놀란 후배의 얼굴이 굉장히 이상하다.

 

아아, 뿌리치면 어떻게든 된다.

 

 

「선배!」

「왜! 지금까지 여러가지 알려줬잖아! 할 수 있지?」

「뭐가 뭔지 잘 무르겠지만, 힘내세요!」

「……윽! 고마워!」

 

 

정말 모두 성가셔.

니코가, 그렇게 좋은 거야? 니코를, 그렇게 행복하게 만들고 싶어?


어린애같은 얼굴로 웃고말야, 후배도.

 

뭐~야, 어른은 편리하네.

어른이 되면, 언제든지 어린애가 될 수 있어.

어렸을 때는 어른 되고 싶다한들, 할 수 없었는데.

 

재밌네, 이런 거….

 

 

 

더는 고민하지 않아.

그런 편지밖에 못쓰는 굉장히 니코를 좋아하는 마키쨩의 품에 뛰어드는 거야.

 

해외? 잘 모르겠지만, 뭔데 그건?

못들었으니, 제대로 들어야 해.

기다려라고 말해도 안기다릴 거니까.

니코는… 마키쨩하고 달라서 못기다리는 인간이야…! 기다리게 하는건 할 수 있지만.

봐, 제멋대로지? 이젠, 이게 니코니까, 받아들여줘야 돼.

 

 

뛰기만한다, 요즘. 뛰어봤자 그렇게 시간 차이 안나지만.

힘껏 뛰고 싶었다, 지금.

 

너덜너덜한 손목시계를 보자 아직 오전 중이다. 분명히 종업식이 막 끝났을 거다.

고등학교에 가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놀란 표정을 지으려나? 아니면 또, 여유로운 표정을 지을까?

그렇다 해도 어떤 마키쨩이라도 상관없다.

제대로, 사과하고, 제대로 말하고 싶다.

 

좋아한다…고.

 

 

 

 

 

 

숨을 헐떡이며 도착한 모교.

회사를 나왔을 때는 오전 중이었는데, 최악이다… 전차 지연이라든지 여러가지 겹쳐서 도착한 건

벌써 점심이 지나 오후가 되어 있었다.

아직 있을까? 고등학생은 종업식 끝나면 돌아가 버리지?

 

그래도, 조금 운명을 느끼고 있으니까, 오늘.

아마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해.

 

 

직원에게 인사하고, 슬리퍼로 갈아 신는다.

마키쨩은 1학년. 어디 있을까.

앞에서 마키쨩하고 같은 색의 리본을 달고 있는 두명의 여자아이가 걸어 온다.

물어보는 편이 빠르겠지… 아니 근데, 니코가 물어보면 이상하지 않나?

아아, 정말! 그런거 생각하고 있을 시간 없다니깐.

 

 

「저기!」

「네…네」

「니시키노 마키쨩, 어디 있는지 알아요?」

 

어…그러니까 두명이 눈을 깜박거린다.

뭐야, 그렇게는 유명하지 않은가. 그렇게… 멋진데.

 

「혹시…」

「어?」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마키쨩이라면 음악실에 있어요!」

「고, 고마워요!」

 

고개 숙여 인사하고 지나간다.

뒤에서 그녀들의 목소리가 조금, 들렸다.

 

「지금 그거, 마키쨩의 공주님일까냐?」

「하지만, 트윈테일은 안했는데?」

 

그녀석… 친구한테 무슨 얘길 하는 거야.

어쩐지 재미있어져서, 뒤돌아 그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마키쨩의! 공주님이야! 고마워!」

 

니코가 했지만 쪽팔린 대사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왜 이렇게, 즐거울까.

 

아아, 그렇구나.

마음이랑 마주하면, 이렇게 즐거운거였어.

 

니코, 마키쨩한테 항상 배우기만 하네.

 

 

음악실이 어디였지? 하고 찾으려 했지만, 금방 알았다.

아름다운 음색이 니코를 이끌어 준다는 기분이 들었어.

피아노, 좋아한다고 했었지. 정말 열심히 항상 연습했었잖아.

역시, 마키쨩한테는 피아노 음색이 잘 어울려….

 

 

니코가, 정말 좋아하는 왕자님.

쫓아왔어, 마키쨩.

 

 

 

 

「마키쨩!」

 

문을 연 동시에 불렀다.

피아노를 치고 있던 마키쨩은 천천히 고개를 든다.

 

근사한 미소로.

 

「왜~?」

 

뭐여, 여유로운 미소란 거야?

진짜… 연하인 주제에 건방지다니깐.

갖가지 표정으로 니코를 갖고 놀고… 쫓아오고… 붙잡고 싶은 거지?

 

있지, 이미 벌써 붙잡혀 있는데?

너를 껴안았던, 그 작은 시절부터.

 

「편지…!」

「아아, 읽어줬구나? 미안」

「어?」

 

갑자기 사과받아서 놀라 버렸다. 마키쨩은 미안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미안해. …정말 좋아해, 밖에 못썼어」

 

콩닥하고 가슴이 뛰어오른다.

이젠, 니코 멈출 수 없잖아….

 

 

「저기… 멀리 간다고 아까 들었는데」

「…아아」

 

 

피아노 의자에서 마키쨩이 일어나, 니코에게 다가온다.

니코도, 지지 않고 마키쨩에게 다가간다.

 

이제, 스스로 나아갈 거야. 괜찮아, 니코도… 너에게 닿고 싶어.

 

 

「…아빠의 권유로」

「저, 정말로 가?」

「전부터 정해져 있었으니까. 시기는 조금 빨라졌지만」

「…뭣 …애초에, 편지에도 안써있고, 의미를 모르겠어!

   갑자기 나타나선 좋아한다든지 말하고, 사라져 버린다는 거야!?」

 

 

잇따라 목소리가 커지는 걸 알았다.

마키쨩의 얼굴이 조금 곤란한듯 일그러지는 것을 알아차린다.

니코, 어른답지 못한가? 하지만 괜찮잖아?

 

니코도, 어린애처럼 여러가지 전하고 싶어.

 

 

「니코쨩… 나, 널 찾아내서, 다행이야. 널 계속 찾고 있었어」

「…뭣… 이야기가 딴 데로 흐르는데요!」

「니코쨩, 외톨이였다고 에리가 말했어.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듣지 못했어.

   그러니까, 앞으로 여러가지 들려줘. 지금까지의 일, 하고, 앞으로의 일」

 

혼자, 괴로웠던 때의 일이라든지 전부 꿰뚫어보고 웃는다.

별로 외톨이였던 건 아니야, 친구 잔뜩 있었는 걸.

하지만, 함께 할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야. 혼자서 괜찮다고 생각했으니까.

감정이 질척거리며 여러가지로 강제로 닥친다.

머릿속이 혼란해서, 눈물이 뚝뚝 나온다.

 

외롭지 않을, 리 없다.

누군가가, 곁에 있기를 바란다.

 


누군가가, 아니고

 


마키쨩이.


곁에 있길 바래….

 

 

「마키쨩…」

「…왜」


「니코, 얼만큼 좋아해?」

 

 

뚝뚝 나오는 눈물이 방해돼서 어쩔 수가 없다.

얼굴을 들고, 마키쨩을 보자, 더 이상 없을 만큼 크게 미소를 만들었다.

 

그때랑, 똑같다.

 

 

 

 

「이만큼, 좋아해」

 

 

 

 

 

크게 양손을 펼친다.

어느새인가, 다리가 향하고 있다.

한 걸음, 두 걸음, 힘차게 걸어 나가자 폭하고 그녀의 품속에, 뛰어들어 있었다.

 

 

꼭하고 껴안긴다. 이젠, 이 품속에 있을 수 있다면 뭐라도 상관없다.

 

 

「바보야… 왜 그렇게 변하질 않는건데」

「어른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는데」

「왜, 그렇게, 니코를, 좋아하는거야…」

 

 

자신이 뛰어든 그녀의 가슴속이 따스해서

외로웠던 감정이든지 전부, 전부 사라져 버린다.

 

「니코쨩밖에, 좋아하게 된 적 없으니까」

「어?」

「…몰라. …쭉, 니코쨩이 좋았어」

 

왜, 냐고 물어봐도 곤란해, 라고 마키쨩이 웃는다.

눈이 마주친 순간, 이제 흘러넘치는 감정, 말이 멈추질 않게 됐다.

 

 

「니코, 무지 연상이야? 마키쨩이 20살일 때 아줌마다?

   옆에서 걸으면 싫다고 생각할 거야 분명히」


「니코쨩은 몇살이 돼도 귀여우니까 괜찮아. 분명 근사하게 나이 들거야」


「니코가 먼저 죽는데? 외롭다고 느낄거야, 분명히」


「그건 슬프고 외로울테지만, 네가 보낼 마지막 하루까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난 행복하다고 생각해」


「어린 애가 좋다고 절대로 생각할거야」


「생각한 적 없으니까, 괜찮아. 쭉 니코쨩이 좋다고 생각했었어」

 

 

 

꼭하고 껴안기자 더는 숨을 못쉴 정도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 이상, 뭔가 말할려고 하면 또 키스할 거야」

「…응」

「어?」

「해, 키스. 있지…」

 

 

 

―― 좋아해

 

 

 

처음으로 입으로 꺼낸 말의 음색에 자신도 놀랐다.

이 말은 이렇게 다정한, 소리였구나.

 

전해졌을까, 하고 얼굴을 들자 마키쨩의 눈동자가 출렁였다.

아, 전해졌나보다. 아까까지 여유부리던 주제에 얼굴이 새빨개졌지만

역시, 여유로운 미소를 금새 만든다.

 

 

「공주님의, 분부대로 하지요」

 

껴안긴 채로, 한손이 뺨에 닿고

천천히, 천천히 입술이 다가온다.

 

 

이 키스로 눈떠 버릴지도 모른다.

진실한 사랑, 에.

아니, 벌써 이미 눈뜨고 있어.

 

 

니코, 마키쨩을 좋아해.

 

 

겹쳐진 부드러운 입술이 사랑스럽게, 몇번이나.

두사람, 눈을 마주치고는 또 웃으며 키스를 한다.

 

마키쨩의 품속에서 몇번이나.

 

 

정말 좋아해, 라고 서로 말하면서.

 

 

 

오랫동안 키스를 되풀이하다 다시 한번, 니코는 말로 꺼내기로 했다.

얼굴을 똑바로 보고, 그녀에게, 보내줘야 해.

 

 

 

「마키쨩… 정말 좋아해」

「어쩐지… 니코쨩한테 들으니, 쑥스럽네」

「뭐야! 지금까지 여유로웠으면서!」

「미안, 계속 좋아했으니까… 그, 기뻐서」

 

 

기쁜듯 웃는다.

그렇게 기쁘다면, 앞으로 몇번이고 말하고 싶다.

지금까지 말할 수 있던 적이 없었던, 이 말을, 몇번이고… 앞으로도…

 

응? 앞으로?

 

 

「랄까~! 마키쨩! 아까 유학이라고」

「아, 아아. 갈건데」

「아니 잠깐 기달려봐! 어디로!? 언제!? 또 헤어지는 거야!?」

「니코쨩… 기뻐 죽겠는데 그 표정이라든지 리액션이라든지」

 

아하하, 하고 크게 웃은 마키쨩이 니코를 껴안는 팔에 가득 힘을 실었다.

연인같아서 기뻐, 라고 귓가에 중얼거리자, 아니… 그 연인 맞는데…라고 대답하며 조금

부끄러웠다.

 

아니아니, 그거 말고! 중요한 거잖아!

왜냐하면, 지금 그… 그러니까, 맺어졌잖아! 지금!

기다리게 만든 건, 니코지만. 갑자기 또 사라진다니 말이 안되는데.

 

유학이라니 뭐야! 라는 이야기. 그거 하고나서, 다시 안아줘.

 

 

「유학이라고 해도 단기야. 한달하고 돌아와」

「……하아? 한달…?」

「유학가기 전까지, 니코쨩의 마음 듣고 싶어서 초조했었는데, 다행이야」

 

…한달입니까? 그렇습니까?

그자식… 노조미… 이 세상의 끝같은 소리나 하고….

뭐, 덕분에 솔직해졌다 해야하나 자신의 마음하고 마주봤지만.

아니, 마키쨩도말야, 좀 과장되지 않았어? 시간이 없다든지… 뭐, 상관없지만.

 

 

「있잖아, 니코쨩」

「…왜」

「잘 기다려 줄거야?」

「한달정도, 괜찮아」

「그게 아니고… 내가 앞으로 더 어른이 될 때까지. 계속 내 곁에 있으면 좋겠어」

 

마키쨩은 니코한테서 떨어져,

니코의 앞에 무릎을 꿇고 왕자님처럼, 니코의 왼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내가 좀 더 어른이 되면 이 손가락에 근사한 반지를 끼워줄테니까」

「…읏」

「나, 의사가 될거고 미래는 안정적이야. 무엇보다, 니코쨩을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게 할 거야.」

「응…」


「그러니까, 결혼하자, 니코쨩」

 

 

왼손의 약지에 마키쨩의 부드러운 입술이 닿았다.

반지같은 거, 아직 필요없어. 지금은 그걸로 충분해.

너의 사랑이 있으면… 니코를 외톨이로 만들지 않는 너의 사랑이 있으면 이젠 충분해.

 

 

「응… 할게」

 

 

눈물은 얼마나 흐르는걸까.

내일, 눈 부으려나.

 

 

「마키쨩이야말로, 어린 애가 좋다고 바람피면 안돼」

「또 그 소리야? 할 리가 없잖아… 있지, 니코쨩」

 

 

 

 

세상에서 제일, 네가 좋아.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아름다운 목소리와 여유로운 미소로 그렇게 말하면, 더는 믿을 수 밖에 없어서, 기쁨밖에 없어서

 

 

니코는, 힘껏 끄덕였다.

 

 

 

붙잡았어, 행복을.

붙잡혔어, 너한테.

도망치기만 했던 니코가, 꼭 껴안겨졌어, 강하게.

 

 

계속 함께 있는다고 몇번이고 맹세할게. 더는 아무것도 신경 안써.

 

 

 

마키쨩의 곁에 있는 건, 계속 니코뿐이야.

이젠, 괜찮아. 도망치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마키쨩.

 

이런 니코를 영원히, 붙잡고 있어줘. 한눈팔지 못하게해야 돼.

겁쟁이가 되고, 울기도 하지만 껴안아줘.

 

 

옛날엔, 니코가 구부리지 않으면 안을 수 없었지만

이제, 마키쨩은 니코를 언제라도 안아줄 거잖아.

 

 

 

 

저기, 정말 좋아해.

몇번이고 소리를 내고 싶어.

 

 

 

있지, 마키쨩.

 

 

사랑해.

 

 

부드럽게 둘이 웃으며 다시 서로 껴안는다. 영원히 키스하고 싶을 만큼, 좋아한다.

왜 이렇게 간단한 걸, 간단한 마음과 마주보지 않았을까.

 

「엄청, 행복…할지도, 마키쨩」

「당연하지. …앞으로도, 행복할 거야 분명히」

 

아아, 멋있네 정말.

어렸을 때랑은 전혀 달라… 분명히 니코가 좋아서, 잔뜩 고민하다 여기까지 데리러 와준 거지?

 

「고마워, 데리러 와줘서」

「…응. 백마도 아무것도 없고… 행복하게 해줄 자신밖에 없지만」

 

 

사랑해라고 다시 귓가에서 속이면, 어쩐지 해피엔드 같아서 낯간지럽다.

 

이 연하 아이한테 쭉 손을 잡아달라 하자.

불안해지면 금방 안아달라 하자. 가끔은 옛날처럼 응석을 받아주자.

 

잔뜩, 잔뜩… 지금까지의 몫까지 서로 끌어안자.

 

니코, 외로운 건 오늘로 끝냈습니다. 고집을 부리는 것도 관뒀습니다.

겁쟁이도 하는 김에 졸업.

 

앞으로는, 큰소리로 잔뜩 외칠 거야. 사랑해! 라고 어린 아이처럼.

 

 

 

 

 

 

 

 

 

 

「니코쨩, 근데」

「…왜」

「……그, 유학 출발이 다음 주인데말야」

「…응 …기다릴게」

「…전화할게, 매일. 아…… 아니, 그게 아니고」

 

 

뭐가? 라고 마키쨩을 보자 얼굴이 새빨개져 있었다.

뭐야, 말하고 싶은 게 있으면 여느 때처럼 멋있게 전해줘.

 

 

「그 전에… 더 니코쨩에 대해서 알고 싶은데…」

「…아, 응. 그럼, 우리집에서 자고 갈래? 잔뜩, 이야기 하자. 내일도 모레도 같이 있자?」

「…윽!!」

 

「어?」

 

 

「…내가 싸워야 할 건… 이성일지도…」

 

 

이상한 마키쨩이네.

새빨개진 그녀의 손을 오늘은 니코가 끌고 돌아가자.

 

계속, 앞으로, 함께야. 마키쨩.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왕자님. 공주님을 잔뜩 앞으로도 귀여줘해줘.

둘이서 보물을 잔뜩, 잔뜩 만들어 가자.

 

니코, 마키쨩이, 보물이야.

 

마키쨩도… 니코를 쭉 보물로 해줘. 소중히, 해줘야 해?

 

 

 

 

Are you Ready? Lady? Ready Go!

 

Oh...Flee but wins? No,No...Prince and princess Catch the love !!

 


Ready to Run My Love...Happy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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