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SS번역/지문/달달

catch the love

도서관알바 2017. 10. 5. 06:41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lovelive&no=2486476


---------------------------------------------------------------------------------------------




좋아한다면, 좋아한다고 각오했어.


끝까지 뒤쫓을테니까.


꾸물거릴, 틈 없었잖아. 각오해, 니코쨩.

 

 

 

 

 

새빨간 눈동자는 항상 도망가 버린다.


쫓아가도, 쫓아가도, 도망간다.


붙잡을 수 없는 건 나 스스로의 매력이 부족한 탓?


아니면, 당신이 겁쟁이인 탓일까?

 


어느쪽이든 좋으니

 


어서 껴안게 해줘, 니코쨩.

 

 

 

 

-마키쨩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푸른 수조와 붉은 저녁노을의 빛이 그녀와 함께 보면 특히 아름답다는 걸 안 날.

나는, 정말 좋아하는 사람에게 가장 싫어하는 말을 들어 버렸다.

꼭 1주일 전쯤일까.

 

「의미를 모르겠어…」

 

아무도 없는 조용한 도서관. 나밖에 없는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말았다.


그날의 그녀 얼굴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턱을 괴고 있던 손을 움직여, 교복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낸다.


연락처를 스크롤해 표시되어 있는 그 이름을 지그시 바라봤다.

 

『야자와 니코』

 

그녀는 나의 공주님. 오래 전부터.

 

 

어렸을 때, 갑자기 나타난 연상의 언니.

내가 유치원이 끝나면 데리러 와 주고, 같이 놀아 주었다.

지금으로 말하면 베이비 시터일까.

니코쨩은 여러가지를 가르쳐 주었고, 여러 말을 가르쳐 주었다.

마마랑 파파가 가르쳐 주지 않았던 「고마워」와「미안해요」를 잔뜩 가르쳐 주었다.

 

유치원을 졸업하고, 나는 전차를 타고 다니지 않으면 안되는 초등학교에 입학이 결정돼서

다시 만날 수 있을거야, 라고 약속했는데도 불구하고 그 이후로 한번도 만나지 못한 채였다.

 

계속 좋아했다.

 

왜지? 어쨌든, 계속.

 

그래서, 계속 찾고 있었다.

 

 

찾고, 찾아내서, 마음을 부딪치면 흔히 있는 해피엔드가 될 것이라 생각했었다.

나는 아주 많이 그녀를 좋아하고, 그녀는 분명 내 마음을 받아들여 줄 것이라고.

하지만 어쩐지 좀 아니었나 보다.

 

과감하게 신청한 데이트에서 마지막으로 들은 말은 「NO」

마음을 받아주길 바라며 껴안았지만, 스르르 도망가버리고 말았다.

 

 

도망치는 거 참 잘해, 옛날부터.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어, 어느샌가 사라져 버리는 걸.

옛날에도 그랬다. 용기를 내서 니코쨩의 집까지 갔더니 니코쨩만 이사갔다고 들었고.

보통 거기까지 푹 빠지게 만들어 놓고선, 멋대로 진학인지 뭔진 모르겠지만, 이사를 가?

 

「너무 떨어져 있어서, 어린애같…네」

 

어떤 마음으로 그런 소릴 했을까.

데이트하는 도중까지는, 느낌이 좋았다.

어쨌건 나는 니코쨩을 좋아하고, 그녀도 적잖이 나를 생각해 줬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도, 마지막으로 들은 말들은 전부 나를 상처 입히려 준비한 말이고.

 

 

그날의 저녁노을에 비친 니코쨩의 얼굴을 떠올린다.

울먹이는 눈동자, 조금 처진 눈썹. 하지만 똑똑히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돌이켜 보면 전부, 거짓말 같은 대사에 거짓말 같은 말뿐.

미소가 잘 어울리는 나의 공주님은, 아무래도 어설픈 미소도 배운 듯 하다.

 

그런 미소를 지을 줄은 몰랐어, 니코쨩.

 

 

「어~, 마키쨩 이런데서 뭐하나? 땡땡이?」

「…네, 땡땡이 쳐요」

 

도서관의 뻑뻑한 문이 열린 동시에 들려온 태평스런 목소리.

시선을 그쪽으로 돌릴 필요도 없이, 안다. 토죠 선생님이다.

책을 정리하러 온 건지, 손에 몇 권 책을 들고 있었다.

 

「땡땡이 칠라믄, 보건실로 오면 되는데」

「그거, 선생님이 말하면 안되잖아」

「뭐~ 그렇긴 하재」

 

토죠 선생님은 미소를 띤 채, 손에 들고 있던 책을 내 뒤에 있는 책장에 정리하기 시작한다.

느긋하고, 유연한 말투가 학생들한테 인기 있지만, 나는 조금 불편하다.

전부 간파당하는 느낌이 드니까.

 

「마키쨩 정~말 어른이 됐구마」

「…갑자기, 뭐에요?」

「니콧치의 뒤로 곧잘 숨었으니까, 고마 생각나쁫다」

 

책을 정리한 토죠선생님은, 으~음하고 기지개를 키며 그리운 추억을 입에 담으려 했다.

…이런 때엔 그만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현재, 절찬 실연 중이라고, 나.

 

「이렇게 훌륭하게 자랄 줄은 몰랐대이」

「그래요…」

 

토죠 선생님은 니코쨩의 동급생이었다.

내가 니코쨩하고 놀았을 때, 가끔이었지만 토죠선생님도 같이 놀아 주었다.

그때는 「노조미」라고 이름으로 불렀었지만, 지금은 적어도 학교의 선생과 학생이니

일단은, 경의를 담아 선생님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그편이, 조금 내가 어른이 됐다는 기분이 들었으니까.

 

 

「뭘 그리 우울한 표정을 짓는데? 설마, 니콧치한티 차이기라도 했나?」

 

싱글거리는 표정으로 맘껏 정곡을 찌르는 말을 해온다.

아아, 이런 부분이야. 내가 불편해서 좀 거역할 수 없다는 기분이 드는 건.

 

「지금 한껏, 싫은 표정했는데 정곡이구마」

「…뭐. 니코쨩한테 못들었어요?」

「못들었대이. 니콧치, 그다지 그런 얘기는 안해주니깐」

「그런가요」

 

조금이지만 쓸쓸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렇구나… 무심코였지만

니코쨩은 그런 일, 금방 노조미… 토죠선생님한테 얘기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로부터, 1주일이다. 만나거나 하지 않았을까.

연락은 하지 않는 걸까.

 

1주일 전에 본 작은 뒷모습을 다시 떠올린다.

작고, 떨고 있던 그 뒷모습.

왜 그때, 억지로라도 다시 한번 껴안지 않았을까.

 

후회가 가슴을 스친다.

 

「니콧치, 옛날부터 누구를 좋아하게 됐다든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 얘기라든지 해주질 않았으니까」

「…그래요」

「그래서, 그날 마키쨩하고 학교에서 만난 날의 니콧치를 보고 놀랐었대이?

   술자리에서 계~속 마키쨩 얘기만 해갖고

   아, 니콧치 역시 좋아하는구마~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였던 모양이구마」

「가슴에 박히는 말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느긋한 말로, 또 싫은 소릴 한다.

이런거엔 익숙하지 않다. 그리고, 굉장히 짜증이 난다. 나는 역시 어린애다.

토죠 선생님은 왜 이런 소리만 하는 걸까.

애초에 땡땡이 치는 나를 혼내지 않아도 되는 걸까.

 

이야기를 더는 듣고 싶지 않아서 읽지도 않은 책을 큰 소리를 내며 덮었다.

 

「어라, 교실로 돌아가려꼬?」

「…아뇨, 오늘은 조퇴할게요. 선생님들께 적당히 말해 주세요」

「뭐꼬 그건, 엉성하대이」

 

깔깔, 하고 웃는 토죠 선생님을 그다지 안보려

일어서 책을 정리한다.

슬슬 5교시도 끝난다. 6교시가 시작되기 전에 조퇴해도 거리에선 눈에 띄지 않을 것이다.

기분이 내키지 않을 때는 돌아가서 피아노라도 치자.

 

 

「니콧치도 도망치고, 마키쨩도 도망치뿌면 누가 누구를 잡을 수 있으려나」

「…갑자기, 뭐에요?」

 

그녀에게 등을 돌리고 문에 손을 대려했을 때 묘하게 냉정한 목소리가 들려

무의식중에 뒤돌아, 그녀를 노려봤다.

 

도망쳐? 누가? 내가?

 

 

「마키쨩은 모르겠지만서도, 니콧치는 무~지하게 귀찮은 여자아이대이」

「아뇨, 이젠 비교적 알고 있어요. 귀찮다는 점은」

「그런데도 좋아하는 거재? 그럼 와 마키쨩까지 도망치나?」

「하? 별로 도망치는거 아닌데요…지금, 집에 가려고 한 것뿐인데」

 

나는 별로 도망치려고 한 게 아니다. 그냥, 지금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을 뿐이다.

 

도망친 건, 니코쨩이다. 내가 계속 뒤쫓았는데.

여러 서투른 핑계를 늘어놓고, 눈동자를 글썽이며 도망쳐 가버렸다.

내가 뭐한테 도망쳤다는 거야.

 

「뭐, 개안치만. …왕자님은 그런데도 억지로 빼앗으러 가는 것이, 왕자님이지 않나?」

「말하는 의미를 잘 모르겠는데」

「누구라도 처음부터 왕자님은 아니라는 얘기대이」

「잘 모르겠으니까, 갈래요. 안녕히 계세요.」

 

 

실실 웃는 토죠 선생님한테 초조함이 최고조로 심해진다.

정말 그만했으면 좋겠다. 이쪽도 이대로 물러설 생각 없는데.

 

「정말 그대로 개안켔나? 마키쨩도, 시간 없지않나? 이제 조금있으면…」

「읏…!! 그 얘기, 하지마세요」

「둘 다 도망만 쳐뿌네」

 

뒤돌아, 그녀를 맘껏 노려보았다.

내가 노려본다한들 그녀에게 통할 리는 없겠지만.

변함없이 웃고 있는 모습에 싫증이 나서, 한껏 도서관의 문을 닫았다.

 

유치하다, 나. 이대로 좋을 리 없다는 건 알고 있다.

여러가지가 한시적으로 몰려온다. 그런데, 지금 이 이상 어떻게 전해야 좋을지 모를 뿐이라고.

 

 

 

…나는 계속, 좋아했으니까.

붙잡기 위해서, 살아왔어.

니코쨩은 핑계만, 댔다. 그때.

그런거 전혀 상관없는데.

좋아하기만 하면, 되는데. 같이 있고 싶다고 생각만 해주면 되는데

 

그때, 맞아.

니코쨩의 아는 사람이 나타나고 나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뭔가, 전부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것만 그녀는 분명히 신경썼다.

 

나이 차이가 나니까, 라든지

어린애로밖에 보이지 않아, 라든지

좋아하지 않아, 라든지

 

그럼, 뭔데?

11살이나 차이가 나면, 좋아하게 될 가능성은 제로라는 거야?

나는 이렇게 좋아하는데?

 

「어째서, 그렇게 여러가질 신경쓰는데?


   이성인지 뭔진 모르겠지만… 어떻게하면, 가질 수 있어?」

 

 

5교시를 마치는 종이 울려 퍼진다.

사랑의 종료 소리같아서 조금 애달프다.

가슴에, 머리에 울리는 그 종소리가, 지금 가장 싫다.

 

 

 

 

앞으로 1시간 남은 학교를 조퇴하고, 집으로 향했다.

드문드문 다른 고등학교의 교복이 가끔 보여서, 조금 안심했다.

조퇴한 아이라고 여겨지며 길을 걷는 건 성가시다.

 

아까 가방을 가지러 간 교실에서 린과 하나요에게 걱정 끼친건 조금 가슴이 아프다.

그리고, 별로 얘기한 적 없는 여자아이들에게도 걱정을 끼쳤다.

모두 상냥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어, 죄책감이 심해졌다.

나는 니코쨩에 대한 것밖에 생각하지 않고, 그래서 조퇴한다니.

 

이런 거, 나답지 않네.

 

횡단보도를 건너자, 눈앞에 어린아이들이 뛰면서 앞질러 갔다.

자신의 어렸을 때와 바로 겹쳐졌다.

 

몇년동안, 계속 마음에 담아왔을까.

벌써 시간따위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렸지만.

만날 수 없다, 라고 포기했던 때도 있었지만, 어떻게든 그녀를 찾아냈다.

하지만, 다시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고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어째서?

어딘가에서 나도 무서우니까?

그녀 자신을 잃어버리는게? …바보같다.

 

가질 수 있다면, 뭐든지 한다고 결심했는데.

항상 중요한 부분에서 한발 내밀지 못하는게 내 나쁜 점이다.

 

 

「어머, 마키잖니」

 

눈앞을 걸어오는 황금빛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오늘은 철저하게 운이 없는 것 같다.

 

그렇게 토죠 선생님한테 한소리 들어서 어른은 제멋대로 말하지 마라고 생각했는데

마찬가지로 또 그런 말투를 쓰는 사람하고 만나다니.

 

「안녕하세요. 여전히, 금발이네요」

「너말야… 오랜만에 만나서 그거니? 이거, 원래 그런거야. 옛날에도 설명했잖아」

 

에리는 그렇게 말하며 조금 옛날과는 다른 분위기로 웃었다.

확실히 뭐, 옛날에도 그렇게 들었지만. 쿼터였지? 이 사람.

항상 니코쨩하고 함께 있던 사람. 나랑 니코쨩이 놀고 있을 때 방해하러 온 사람.

옛날과 조금 다른 건 미소의 분위기만이 아닌 것 같다.

정장 차림에, 조금 높은 힐, …사회인이구나, 이 사람도 역시.

 

그야 그렇겠지. 여러가지로 시간이 흘렀으니까.

 

「영업일 때문에, 외근나와서. 노조미를 만나려고 학교에 얼굴이라도 비치려고 생각했는데… 어라, 너 학교는?」

「조퇴했어요」

「헤에. 아파보이지는 않는데. 뭐, 좋아. 시간 때우기. 같이 해줄래?」

「하아? 조퇴했다니까요」

「상~관없잖아. 그렇게는 안보이고. 캔커피정도는 쏠게」

 

아, 캔커피구나. 라고 생각했지만, 말로 내뱉으면 귀찮으니까 관뒀다.

갈 리가 없다. 오늘은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서 피아노라도 치는 거다.

여러 준비를 하면서.

 

「아뇨… 괜찮아요」

「상관없으니까. 응?」

 

에리는 내 손을 강제로 잡고 걷기 시작한다.

강제적이다…나처럼. 아니, 그게 아니고…

 

「잠깐… 저, 조퇴했는데」

「네~네~」

 

꼭하고 잡힌 손목이 아프다.

아니, 잠깐 기다려봐… 정말!

 

 

황금빛 포니테일이 흔들리고 있는 그 뒷모습. 어렸을 때 본 거랑은 조금 다르다.

자신에 가득 차있는, 그 뒷모습.

저항하는 건 아무래도 소용없을 것 같다.

 

「놔주세요. 혼자 걸을게요」

「그래? 그럼 가자」

 

아아, 이 사람 역시 그때랑 변하지 않았다.

역시, 귀찮은 사람이다.

 

 

 

 

「그래서, 공원인가요?」

「캔커피랑 여고생의 고민이라 하면 공원일까해서」

「…고민 안하는데요, 별로」

「거짓말. 얼굴에 잔뜩 고민하고 있어요라고 써있단다」

 

자아자아, 하고 조금 달듯한 캔커피를 건네받고 벤치에 앉혀졌다.

이상한 느낌. 이 사람하고 이렇게 여기에 있다니.

 

니코쨩의 친구로 항상 니코쨩을 혼내고, 나랑 놀고 있는 니코쨩을 데리고 나가고.

에리랑 만나게 할 니코쨩같은 건 없다고 곧잘 내가 싫어했었지, 이 사람을.

 

토죠 선생님… 노조미는 글쎄, 어딘지 거역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있지만

이 사람은 이 사람대로 조금 불편해. 똑바로 바라보니까.

 

「니코하고 잘 안되는 거니?」

「부훕…! 갑자기, 뭔데!」

「어머? 아니야? 틀림없이, 그거라고 생각했는데」

「의미를 모르겠어…」

 

내뿜은 캔커피를 닦기 위해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핑크색의 천손수건. 벌써 몇년이나 사용해서 헐어 구겨졌다.

 

「토마토 아플리케가 달려있네, 귀여워」

「뭐…」

「니코가 달아준 거니?」

「옛날에」

 

그래, 옛날. 니코쨩이 내 손수건에 토마토 마크를 달아 주었다.

소중히 써야해, 라고 말했으니까 소중하게… 무척 소중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야 가끔은 다른 손수건도 사용하지만, 이것만은 특별하다.

 

나랑 니코쨩이 어렸을 때 함께 있었다는 증거같은 거니까.

 

「그래서, 니코랑은 어디까지 나갔어?」

 

이번엔 캔커피를 떨어뜨릴 뻔했지만 간신히 참았다.

이 사람… 분위기 파악못하는 건가. 의외로 이상한 사람일지도.

갑자기 그런 질문을 하다니 어떻게 된 것 같다.

뭐, 질문에는 대답하지만. 동요하고 있는게 들키지 않도록, 조용히 대답해 주자.

 

 

「별로. 차였는데요」

「그렇구나…. 뭐! 에에! 찼어!? 니코가!? ニジャアールナ!」

「…뭐에요? 그 소리」

「미안. 이성을 잃으면 러시아어가」

 

 

 

아, 정말로 쿼터였구나, 라고 당황하는 에리를 보며 냉정히 생각했다.

그정로도 이성을 잃을 일인가.

아까 노조미도 말했지만, 역시 이 사람도 니코쨩한테서 아무것도 듣지 못했나 보다.

 

 

「니코쨩한테서 아무것도 못들었군요」

「그래. 그 애, 별로 그런 얘기 하고 싶어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요전에 만났을 때 네 얘기만 잔뜩했어」

「그런가요」

「엄청 웃으면서. 연하인 주제에 건방지게 여러 소릴 한다고

   …말이랑은 거꾸로 엄청 미소를 띠고 있어서 틀림없이…」

「뭐, 차였습니다」

「그, 그렇구나」

 

 

노조미는 알고 있는걸까, 라고 투덜거리며 에리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댄다.

뭐야 그런식으로 내 얘기를 했어?

미소…였구나. 내, 얘기할 때. 분명, 두사람에겐 행복하게 보였겠지.

 

하지만, 들은 말은 마음을 향한 거절이었다.

연하니까, 라든지, 좋아하지 않아라든지, 앞으로도 좋아할 수 없어, 라든지.

그렇다면 키스했을 때 더 잘 도망쳤으면 좋았잖아.

 

같은 마음이라고, 같은 마음이 되어 주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이유를 댄다는 건, 싸우기 전부터 차여 있었다는 거야?

 

 

「저, 그렇게 어린애로 보여요?」

「어?」

「아뇨, 니코쨩, 연하라는 거 신경쓰는 눈치였으니까.

   어쩌지 못하는 것만 나한테 말하고 도망쳐 버렸으니까요」

 

 

…왜 이 사람한테 그런 소리를 물어보고야 말았을까.

말을 꺼낸 후에, 후회한다. 별로 누구에게 물어보고 싶었던 것도 뭣도 아니었는데.

에리는 약간 하늘을 올려다보며, 으~음하고 소리를 냈다.

아무래도 진지하게 대답해줄 생각인가보다.

 

문득, 시선을 비키자, 공원 정글짐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약간 떨어진 장소에서 조금 큰 아이가 걱정스러운 듯 보고 있다.

 

놀고 있는 아이와 지켜보고 있는 아이. 분명 그렇게 나이 차이는 나지 않는다.

 

저정도의 나이 차이였다면 받아들여 주었을까?

좀더 빨리 태어났으면 좋았을까?

하지만, 지금의 나니까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고 계속 쫓을 수 있었던 거잖아?

머릿속에 빙빙, 여러가지가 뛰어 돌아다녔다.

 

 

「아~…맞아, 니코는 이상한 데가 약하니까」

「저기…답이 안되는데요」

「응. 대답해줄 생각 없는걸.

   그런건 자기가 결론을 내야하는 거니까. …영차」

 

에리가 던진 빈 캔커피는 쓰레기통에 깔끔하게 들어간다.

소리를 내며, 짤랑, 데구르르하고.

 

저녁노을 빛이 깊어져간다. 조금 춥다. 아직 봄은 오지 않는다.

 

벚꽃이 폈을 때, 나는 니코쨩 옆에서 웃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날, 그녀를 찾아낸 날, 그렇게 생각했어.

 

봄이 왔을 때, 나는 누구 옆에 있을까.

 

아니, 봄이 왔을 때… 나는 어디에 있을까.

 

 

「넌 니코가 어려워하는 타입이야.

   분명히 금방 여러가지 전하려고 하지? 니코는 그래 보여도 약해서 도망치는 일이 많으니까

   직구승부를 어려워한다고 생각해」

「하긴, 그런 느낌이네요」

 

조금 울컥한건, 자신보다 니코쨩을 알고 있는 이 사람한테 화가 났으니까.

내가 알고 있는 니코쨩은 웃고, 화내고 항상 빛나고 있었다.

약한 부분따위 본 적 없었다. 니코쨩은 내 아이돌같은 존재였으니까.

 

그리고, 직구가 어려워? 그렇게 하고 싶은 말 다 하는 사람인데?

그럼, 뭐야? 나의 전하는 방법이 이상하다는 거야?

 

여러가지 그녀에게 전했던 말, 동작을 떠올린다.

달리 뭔가 해야 할 말이 있었나하고.

 

하지만, 생각해봤자 나는… 좋아한다는, 것밖에 전할 수가 없다.

좋아하는 게 넘쳐서, 껴안고 싶어서, 그녀를 지켜주고 싶어서.

 

좋아한다, 고밖에 말 할 수 없다, 나는.

 

 

「니코, 좋아하지」

「네. 계속 전부터. 그 사람밖에 안봤어요」

「후훗. 그런 점이려나. 니코, 무서운거야. 행복해지는게. 항상 그런 종류의 이야기한테서 도망쳤으니까」

「분명히, 뭐, 도망치는거 빨랐어요」

「그렇지?」

 

에리는 으~음하고 기지대를 켜고 정글짐에 있는 아이들을 봤다.

귀엽네, 너도 저런 느낌이었을까, 라고 웃으면서.

 

「전해줬으면 좋겠어. 네가 얼마나 니코를 좋아하는지」

「꽤 전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래. 하지만 그거 말고… 얼마나 니코를 좋아하는지… 마음을 전하는건 꼭 말뿐이라고 할 순 없어」

「…에?」

「니코가 도망치지 못하게, 마음 깊은곳에 전할 수 있는

   뭔가로 전했으면 좋겠어. 그렇게 안하면 그 애… 이대로 쭉 행복으로부터 도망칠테니까」

 

 

마음을 전할 수 있는건 말뿐이 아니다.

뭐야 그거… 조금 의미를 모르겠어.

 

왜냐하면, 말로 꺼내서 전하면 상대의 귀에 닿잖아?

그런데, 그렇지 않은 방법이 있다는 거야…?

 

「말뿐으론, 안되는 건가요?」

「그래… 어른이 되면말야, 잊어버려. 혼란해 버려. 그러니까, 말뿐만 아니라 뭔가로

   깨닫게 된다면, 생각할 수 있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도 있, 겠지?」

「…어른은 성가시네요」

「맞아. 어른이 되면 될수록, 겁쟁이가 되니까」

 

겁쟁이…라. 나한테는 잘 모르겠다.

모르니까, 좋아한다, 고밖에 전할 수 없었던걸까.

 

마음을 전하는건, 말뿐이, 아니다…인가.

 

본의 아니게, 자신의 마음속이 뭔가 움직인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겁쟁인가보네요. 어른은」

「그래…. 그리고말야, 니코, 잠깐 외톨이였던 적이 있었으니까, 무서운 걸 거야. 분명히」

「에?」

「행복해지고, 누군가와 붙어있고, 보호받고. 글쎄~ 내가 말하면 그 애 화내겠지만… 무서운거야」

 

 

어른은 잘 모르겠다.

좋아한다고 하면 좋아하는 걸론 안된다고 한다.

말로 전하는 걸론 안된다고 말한다.

무섭다든지, 행복으로부터 도망친다든지… 뭐야 그거.

 

그리고, 이 사람이 내가 모르는 니코쨩에 대해서, 잔뜩 알고 있는 거 역시 화가 난다.

그래서, 내가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것밖에 보지 않아서, 좋아한다고 전하기만 했던 것이 화가 난다.

 

화가 나지만…

 

하지만, 지금 그런 게 아니다. 그런 게 아니잖아.

 

외톨이였던 적이 있어?

들은 적 없어…. 아니, 나 니코쨩에 관해서 모르는 거야. 역시.

 

「무서워하지 않는 방법 있어요?」

「글쎄… 그 애라면 억지로라도, 키스하면」

「그거 했어요」

「…그, 그러니. 그럼, 이야기를 들어주는 건? 너 나랑 닮았어. 분명히 전하기만 하지?」

 

어쩐지 알고 있다는 듯 말한다. 역시, 이 사람 불편해.

불편하지만, 전부 정답같다.

아~ 정말, 어른은 성가셔. 계속 첫사랑을 뒤쫓아온 나도 성가시지만.

 

정말, 별 수 없네.

 

알면 돼, 분명히. 전부 당신에 대해.

그래서 나를 알게 해주면 돼.

행복같은 거 무섭지 않다고. 무서워도 둘이라면 괜찮다고.

 

알았어.

 

우물쭈물거렸다.

 

이제, 시간이 없어.

 

내 마음을 전해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자.

 

아아, 그래.

 

그녀에게 마음껏, 전해주자.

 

 

 

「이제부턴 절대로 혼자로 안만들어」

「어?」

「니코쨩의 옛날에 뭐가 있어서 뭘 무서워 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니코쨩을 좋아해.

   도망치면, 뒤쫓아가 줄거야. …이미 훨씬 전부터 몇년이나 뒤쫓고 있는걸」

 

 

에리처럼 빈 캔을 던져, 쓰레기통에 넣는다.

짤랑, 데구르르, 소리가 난다.

정글짐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은 쭉 즐거워보인다.

미래에 대한 것따위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눈앞에 있는 걸로 가득 즐겁게 웃는다.

 

나는 어른이 됐어. 아직, 고등학생이지만.

미래에 대해서 잔뜩 생각하고 있어. 어떻게하면 행복해질지 생각하고 있어, 니코쨩.

 

 

「그래. 니코는 행복한 사람이네. 거기까지 계속 마음에 담아주는 사람이 있어서」

「맞아. 나도 행복해. 니코쨩을 계속 좋아하고 있어서」

「그런거, 니코한테 말해줘」

 

에리가 살짝, 웃는다.

어쩐지 쑥스러워서, 얼굴을 돌린다. 저녁노을이 아름답다. 오늘밤은 별이 보이려나.

비장한 쇼타임에 별이 가득 수놓은 밤하늘은 필요, 하잖아.

 

부디, 맑아야해, 오늘밤.

 

 

 

「나, 갈게요. 시간없어. 만나러 갔다 올테니까」

「어머? 바로, 지금부터 도전하러 가는거야?」

「…아뇨」

 

 

웃고 있는 에리에게, 흥하고 당돌하게 미소를 짓는다.

더는 지금 나한테 고민따윈 없다.

시계를 보고, 시간을 확인. 어딘가 카페에서 마음을 전할 말을 늘어놓자.

그게 끝나면, 게임은 계속되지. 생각할 틈, 없겠어.

 

 

「지금부터 도전자? 무슨 소릴 하는 거야.

 

                                 10년 전부터 쭉 도전자야」

 

 

아아, 시간이 아깝다며 에리에게 손을 흔들고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고, 달려서 숨이 차도, 계속 달리고 싶다, 있지, 푹 빠졌어, 니코쨩.

 

 

어떡하지, 지금 또 만나고 싶어서 멈추지 않아. 계속, 계속 예전부터 그랬지만.

 

만나고 싶어서, 껴안고, 키스를 해주고 싶어.

 

이번엔 행복으로부터 도망친 공주님의 눈을 뜨게 만들 비장의 달콤한 키스를.

 

 

 

 

내달려야만 해. 꾸물대고, 풀죽어 있을 시간 정말로 없으니까

 

 

그녀의 마음이 닫혀버리기 전에 공주님의 눈을 뜨게 만들어야 해.

 

몇번 차인다해도, 몇번 같은 이유로 거절당한다해도

 

그녀를 뒤돌아보게 만들 시간에 노력을 아껴선 안돼.

 

 

 

「만나러 갈게, 니코쨩」

 

 

 

이젠, 전부 전부 전해서

 

 

눈감고 있을 틈따위 없을 정도로, 가속한 사랑에 함께 빠지자.

 

 

 

있잖아, 니코쨩.

그날, 분명 우리는 같은 마음이었어. 아니, 착각이 아니라면 아주 옛날부터.

 

 

 

 

이 이상 기다리게 하다니, 어떻게 된거 아냐.

 

    솔직해져봐. 이제, 그건… 사랑, 이잖아?

 

 

 

 

솔직해지지 못하겠으면, 내가 전부 안아줄테니까.

 

 

 

 

겁쟁이라, 도망치기만 하는 나의 공주님.


각오해, 내가 반드시 붙잡아줄게.


당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건 나밖에 없어. 내가 당신의 첫번째가 될 거야. 반드시.


내 품속에서, 행복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도록… 자아, 공주님을 모시러 가자.

 

 

 

 


Are you Ready? my princess...!


 

I say No1 !! My love Only One!!


 

I want to


catch the love


...!

 

'SS번역/지문 > 달달' 카테고리의 다른 글

Ready to Run My Love (完)  (0) 2017.10.05
flee but wins...?  (0) 2017.10.05
Lady? Ready Go!!  (0) 2017.10.05
Are you ready?  (0) 2017.10.05
끝말잇기 데스매치  (0) 2017.09.07